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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타르트가 아니야 ㅣ 단비어린이 문학
신은영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난 타르트가 아니야!’ 응? 이게 무슨 말인가요? 사람이 당연히 타르트가 아니지. 왜 타르트가 아니라고 하는 걸까요? 타르트 박스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여자아이의 한쪽 눈가에 눈물방울이 맺혀있고 입술을 꽉 다문 모습을 보니 뭔가 억울한 일이 있는 것 같네요. 뒤에 머리에 리본 머리띠를 한 여자아이는 뭔가 심술궂은 표정을 하고 있고 또다른 친구는 놀라는 표정이에요. 어느 날 타르트를 먹다가 상자 속에 다른 타르트 하나를 상상하며 이 책을 쓰셨다는 작가님의 서문을 보니 타르트라는 작은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작가를 꿈꾸는 우리 딸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하네요.
딸기 타르트를 너무 좋아해서 밥 대신 딸기 타르트만 먹고도 살수 있다는 이 책의 주인공 초등학교 5학년 ‘미나’는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언니 ‘미영’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활발한 성격에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미나와 달리 미영이는 낯가림이 심해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반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이 있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미영의 학교에서 미영이가 왕따를 당해 학폭위가 열린다는 연락을 받게 되고 그럼에도 미영이는 입을 꾹 닫고 자기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 언니를 미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위로는커녕 오히려 상처주는 말로 미영이의 마음을 더욱 닫아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미나에게 점차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철민’이를 같은 반 ‘루나’가 좋아하면서 루나의 질투가 시작된 것이죠. 처음에 루나는 철민이와 미나가 친하다는 것을 알고 미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섭니다. 하지만 철민이가 미나에게만 친하게 대하자 노골적으로 질투를 하게 되고 우유당번을 정하는 날 루나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루나는 대놓고 미나를 눈치없는 ‘타르트’라고 이야기하며 무시하고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편에 서도록 유도합니다. 미나의 절친이었던 ‘수미’까지도 말이죠.
미나는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이렇게 된 상황이 낯설기만 합니다. 괜히 철민이에게 화를 냈다가 철민이와의 관계도 어색해지고 절친이었던 수미는 루나의 편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새롭게 친하게 지내려던 채영이마저 루나가 빼앗아가며 미나를 외톨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타르트랑은 다음에 놀면되지 거 봐. 타르트는 괜찮다잖아’ 이런 밉살스러운 말들만 남겨두고서요. 너무 화가나고 억울한 상황에서 아무런 말도 못하는 자신에게 더욱 화가 납니다. 얼마나 억울했는지 꿈에서도 잊히지가 않았습니다. 그러자 오히려 미나는 언니 미영이의 심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언니가 이야기한 투명인간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이었죠. 언니를 이해하고 언니의 편에서 동감해주고 언니에게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이야기하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니다. 언니에게는 가족이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라고.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다짐합니다. 나도 꼭 따질거라고 말이죠.
미나의 다짐은 곧 기회가 왔습니다. 학교폭력 상황극을 자원한 것이죠. 꿈에서 꾸었던 것보다 더욱 시원한 복수를 해주고 루나와 다른 친구들로부터도 사과를 받고 루나, 지영, 수미는 비로소 진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나의 언니 미영이도 가해자에게 자신있게 이야기하여 전보다 더욱 자신있는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고 학교도 다시 나가게 되었습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이 책의 결말을 보며 과연 현실에서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처럼 사소한 이유나 오해로도 따돌림이나 왕따같은 일들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어린 나이의 청소년들. 우리의 딸들도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미나나 미영이처럼 똑부러지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현실은 책속의 이야기와 달라서 때론 이야기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더 큰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애초에 그렇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들이었다면 그런 상황이 생길 일도 별로 없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말 없이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받아들이고만 있다면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자기 소리를 내어야만 변화를 이룰 수 있고 내 감정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이 될 수 있을테니깐요. 그래야 그들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건강한 가족을 기반으로 우리의 아이들도 더욱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응원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해준 책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