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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 ㅣ VivaVivo (비바비보) 47
바바라 디 지음, 김선영 옮김 / 뜨인돌 / 2021년 10월
평점 :
딸 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그리고 첫째가 이제 곧 중학생이 될 중요한 시기를 앞둔 시기에서 이 책은 꼭 한번 읽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누구나 겪게 될 수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장난인지 성희롱인지 규정하기 어려운 애매한 상황과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 어떻게 딸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불안하기도 했었거든요. 아마 이 또래의 딸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이실 거예요.
이 책의 주인공인 밀라는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엄마와 동생 해들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항상 함께 어울리는 오미, 자라, 맥스라는 친한 친구들도 있고 방과 후 활동으로 밴드부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농구부 아이들의 기분나쁜 터치가 시작됩니다. 처음 시작은 오미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자리에서 친구들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는데 농구부 아이들이 갑자기 같이 들어와 축하해주겠다며 어깨를 감싸고 놓아주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며칠 후에는 악보를 빌려주는 대신으로 한번만 안아달라고 하죠. 리오가 오늘 생일이니 생일 기념으로, 그리고 자라도 5분전에 안아주었다고 말합니다. 밀라는 당황스러웠지만 생일축하 한다며 안아주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리오의 생일도 아니었고 모두가 캘럼 일당의 거짓말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계속되는 농구부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밀라에게 접근하고 터치를 하는데... 심지어 밀라의 초록색 스웨터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며 안아달라고 대놓고 요구하기까지 하죠. 그러다가 어느날 사물함 앞에서 토비아스가 밀라의 엉덩이를 움켜쥐는 일까지 벌어지고 맙니다. 하지만 토비아스는 뻔뻔히 아니라고 시치미를 뗍니다.
기분 나쁜 일들이 반복되고 괴로운 시기를 보내지만 육아비로 아빠와 싸우고 회사에서 퇴직하게 되어 힘든 엄마에게 이러한 일들을 말할 수 없습니다. 친구인 ‘자라’마저도 자신이 좋아하는 리오가 농구부에 있었기에 진정한 위로와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이 깊어지게 되죠.
그러다가 오미로부터 이러한 사건이 일어난 원인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순전한 농구부 아이들의 장난이었죠. 밀라를 가지고 만질 때마다 득점을 하는 득점표를 만들고 누가 더 많이 득점을 하는지 자기들끼리 점수를 매기고 즐거워하는 장난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죠...
사실 이 책을 처음 펼치기 전에는 이 책의 저자가 미국 사람이고 미국 청소년들의 케이스를 담아 이야기를 펼칠 텐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정서, 문화와는 차이가 좀 있지 않을까? 공감가지 않는 내용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라고 우려를 했었는데 전~~~~~혀 거리낌 없이 빠져들어 현재 밀라가 처한 이 상황에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화를 내보기도 하고 정강이를 발로 차보며 대응하려 하지만 오히려 농구부 아이들은 미안하다는 말 대신 그저 게임이라고, 오히려 밀라에게 과잉반응이라고 하며 모든 망가진 상황을 밀라의 탓으로 돌려세웁니다.
결국 밀라는 이를 주도한 캘럼과 농구부 아이들에게 통쾌하게 복수에 성공하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너무 스포가 되니깐 자제할게요. 스스로 낸 용기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밀라는 결국 해피엔딩을 만들었지만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현실에서는 이렇게 통쾌하게 복수를 실현할 수 있는 상황보다 그냥 넘어가는 상황이 더 많겠지요. 요즘 뉴스를 보면 더 기가막힌 이야기도 많으니깐요.
다만 한가지 이 책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불합리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상황을 절대로 그대로 받아들여 물러서서는 안되고 자신의 목소리를 꿋꿋이 내야한다는 사실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괴롭히는 사람도 주변에 있는 사람도 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마음의 용기가 필요하고 주변의 도움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까지가 범죄인지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우리의 아이들에게 다시한번 꼭 이야기해 주고 스스로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