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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달력 ㅣ 이야기열매 2
선자은 지음, 정성아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1년 9월
평점 :
‘시간의 달력’이라는 책의 제목, 수채화풍의 겉표지 그림, 여학생이 주인공이라는 것까지... 책을 처음 받아보고 떠오른 생각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라는 애니메이션이었어요. 오래전이지만 꽤 재미있게 봤었던 애니메이션이었고 ‘나비효과’, ‘나인’, ‘말할 수 없는 비밀’ 같은 타임슬립 영화나 드라마들도 재미있게 봤었던 터라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단아’ 는 소위 잘나가는 기획사의 아이돌 육성기획팀장을 엄마로 둔 5학년 소녀입니다. 아이돌 매니아인 친구 ‘미나’는 그런 엄마를 둔 것을 부러워 하지만 너무나도 바쁜 엄마를 둔 ‘단아’는 별로 못마땅해 하지요. 아빠도 미국에 출장을 가 있는 상황에다가 엄마의 이상한 징크스 때문에 새해가 오기 전 바쁜 스케줄들을 기록할 달력들을 구해오라는 임무까지 받게 되거든요.
하지만 이 중요한? 임무 때문에 우연히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헬멧 쓴 남자에게 달력을 받게 되고 그 남자는 ‘단이’에게 달력을 주며 “ 난 이제 쓸수 없으니까 가져. 다섯 번만 쓸 수 있어” 라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고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이 달력은 모두가 예상한 바와 같이 바로 원하는 ‘달(月)’로 보내주는 신비한 달력이었지요. 그런데 이 달력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와는 달리 두 가지 커다란 제약이 있었는데 달력안에 표시된 ‘달(月)’ 로만 갈 수 있기 때문에 1년을 넘어갈 수 없고 총 다섯 번밖에 쓸 수 없다는 것이었죠.
어느날 엄마와 함께 가게 된 엄마의 회사, MU기획에서 방을 잘못 찾아들어가는 바람에 식물과 대화를 하는 이상한 소년 ‘하늘’ 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시간의 달력을 통해 먼저 간 미래에서 그 소년의 이름이 ‘하민’인 것과 아이돌 그룹의 연습생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미리 알게 된 ‘단이’는 그것을 돌려보려고 하지만 역시나 마음대로 되지 않고 홀로 고군분투하다 결국 마지막 남은 기회를 쓰게 됩니다.
한 권의 짧은 책에서이지만 앞서 언급했던 타임슬립 영화와 드라마들에서 느꼈던 그런 호기심과 짜릿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아직 타임슬립 물을 접해보지 않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입문서가 될 거 같아요. 저희딸도 이 책을 읽으면서 쉬지 않고 줄줄 읽어나갔어요. 하민’ 이의 비밀과 그 둘의 마지막 만남은 책의 내용을 너무 많이 스포하는 것 같아 차마 말할 수 없지만 마지막까지 재미를 놓치지 않네요.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꿈꾸는 일이죠.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혹은 미래를 볼 수 있다면... 그런 기회가 절대로 찾아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여전히 그것을 꿈꾸는 것은 그만큼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남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후회와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면, 그리고 내가 바라는 미래를 준비하려면 지금 바로 현실에 충실해야한다는 것 또한 알게 해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가능한 것을 꿈꾸고 상상하는 것이 더 즐거운 건 아직 철이 덜 들어서일까요? 아니면 아직 순수해서일까요? 아이들에게 우정, 첫사랑의 설레임, 타임슬립의 재미뿐만 아니라 많은 소재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