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책 표지의 섬뜩함, 그리고 독특한 이름, 작가의 내력 등을 보고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고로 나는 아직 현월의 소설을 본격적으로 모아서 읽어본 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끌리게 된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작가가 재일 교포라는 것 정도랄까.전반적으로 이 책은 전후 일본의 마을 분위기를 상기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나쁜 소문>에서 '재일 교포'와 '일본인'의 공존하는 마을은 대립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문학을 접했다고 하면 근대와 일제 시대의 문학이 대부분이었고 이에 한국인과 일본인의 대립이 빈번했으리라. 그러나 여기서는 그러한 것은 부수적인 것으로 등장하고 있다. 오히려 작가 자신이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한국의 제사 풍습이라든가 하는 것에 대해 흥미롭게 서술하는 부분도 있다고 볼 수 있겠다.소설 속 분위기는 '나쁜 소문'은 조금 어두운 분위기이고 '땅거미'는 약간은 환상적인 분위기이다. 솔직히 두 이야기 모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생략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분위기 자체만을 즐기기 위해 이 책을 선택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나는 아직도 나쁜 소문에 나오는 뼈다귀의 집이 머릿속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덴진 마츠리의 정열적인 풍경 또한 보인다. 덴진 마츠리가 어떤 마츠리인지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는 않지만 무언가 젊음의 열기 같은 것을 발산하는 행사임에는 틀림없으리라.단순히 일본 문학이 좋아서, 또는 재일 교포의 작품이라 택하여 본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겠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 등에 길들여진 독자라면 말이다. 이 책은 어두운 분위기로 읽어야 제맛이 난다. 흑백으로 꾸며진 섬뜩한 표지만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