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근을 갔다. 30년 가까이 교사로서 학교에 다니지만 전근 가는 학교는 늘 처음 같고 떨린다. 그러니 입학 하는 아이들 마음이야 말해 무엇하랴. 이 책은 제목부터 떨고 있다. 글자를 둘러싼 잔물결 무늬가 주인공의 떨리는 심정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그리고 커다란 눈망울만 이불 밖으로 내놓은 아이의 눈썹은 잔뜩 처져 있다. 7살이 감당하기에 초등학교 입학식은 너무 큰 걱정거리다. 면지를 넘겨보니 교장선생님이 여자분이시다. 시대의 변화를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입학식에 모인 아이들은 모두 그냥 어린이 모습이다. 그런데 8시 40분에 등교한 교실에는 주인공 외에는 아무도 없더니 하나, 둘 들어오는 모습이 모두 동물이다. 선생님마저 기린이다. 이런 동물원 교실에서 주인공은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거기다 주인공은 말 한 마디 건네는 것도 어려워하는 수줍은 아이고, 자기가 만든 종이비행기를 다른 동물 친구가 가져가도 달라는 말을 못하는 소심한 아이다. 아이의 학교생활은 어떻게 이어질까? 이 책은 곳곳에 1학년 교실다운 모습을 표현해 놓았다. 엄마가 보고 싶어 우는 동물, 다른 친구를 슬쩍 건드려 보는 동물 등. 젠가를 하는 모습이 있어 1학년 치곤 대단하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하루를 지내고 교문 밖으로 나온 동물들의 모습이 하나둘 어린이의 모습으로 변하는 부분이 무척 재미있다. 어떤 친구는 엄마를 만났는데도 아직 꼬리가 남아있기도 하다. 아이가 아직 동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천방지축 학교생활이 즐거워서일까? 뒷면지를 보면 아이들만 이 상황이 낯선 것이 아님을 양면에 펼친 그림으로 알려준다. 그래, 사람이 만나는 건 지금까지의 전 인생을 끌고 만나는 것이니 설레면서도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고학년만 주로 담임하는 내게 1학년 담임선생님은 존경 그 자체다. 이전 학년의 사전 정보도 없이 그냥 만나는 수십 명의 아이들을 매일 조금씩 파악해가며 각각의 아이들에게 맞는 지도와 안내를 하기 위해 정말 애쓰신다. 오죽하면 1학년 한해살이를 쓴 어느 분의 책 제목이 <사람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이기도 하다. 새학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내일 우리학교 6학년 아이들이 1학년 동생들과 1:1 짝을 이뤄 학교 안내를 한다. 오늘 후배들에게 설명할 자료 준비를 하라고 했더니 다들 좀 더 쉬운 말로 어떻게 설명할까 고심이 많다. 겨우 5년 전 자신들의 모습인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정말 까마득한 옛날이고 너무 어린 시절의 모습이라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나 보다. 내일 1학년 후배들이 학교를 충분히 안내받을 수 있을지 나 또한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그렇게 선생님의 도움과 선배들의 안내, 친구들의 배려를 받으며 학교에 온 첫날의 두려움은 점차 잊어가겠지. 책 속 주인공 다람이의 즐거운 학교생활을 기원하며 책을 덮는다. 다람아, 다 잘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