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장을 넘길 때 옮긴이의 말이 나온다. 따뜻하고, 시도 때도 없이 배고프게 만드는 소설이라는 말이 딱 내 느낌과 일치하였을 때 나는 역자의 말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책을 덮었다. 별다른 말이 필요 없이 그렇게 따뜻하게 그리고 읽는 내내 군것질 거리를 옆에 놓아두어야 할 만큼 배가 고프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맛깔스러운 음식재료와 익숙하지 않은 조리법을 들으면서도 그렇게 조리하면 어떤 맛이 나올까 하는 상상은 항상 침이 입게 고이게 만들었고, 그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정감어린 말들은 훈훈함을 넘어서 따뜻하고 포근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시골 언덕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순수함과 자신만의 자부심을 가지고 생산해 내는 식재료들의 가치는 그 마을 사람들의 속마음을 보여 주는 것 같아서 음식의 맛과 사람의 감성이 오버랩이 되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가끔 이 복잡한 도시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 것이 가져올 미래가 이 소설처럼 따뜻하다면, 그렇게 실행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는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우리는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고향이라고는 도심 한 복판인 나에게 생전 낯선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도 힘들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외부에서 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받아 준 기억도 없으면서 내가 그런 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나호처럼 아픔을 안고 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고 의지하고 받아들이고 스스럼없이 나를 보여 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그런 생각은 생각으로 그친다.

 

음식으로 사람과 소통하는 일은 생존을 나누고 추억을 나누는 일일 것이다. 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료품은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영양을 담아서 자연이 선물해 준 것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조금은 서툰 사람이 만든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게 조금씩 부족하고, 세련되지 않고, 그렇다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모른척하는 그런 행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다. 나호가 만든 음식은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그 곳 사람들과 관광객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따뜻한 음식이 되었을 것이다.

 

도심보다는 많은 것이 부족하고 그래서 더 몸을 움직여야 하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서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그런 환경이 작은 고원의 시골 마을이라면 아마도 그 곳에서 받은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씩 성장하고 조금씩 따뜻해지고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그런 진짜 이웃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씩 버리고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아마 전부 버리지는 못할 거예요. 난 겁쟁이여서요. 그렇지만 가장 소중한 것을 언제나 눈앞에서 보고 싶으니, 그 정도로는 시야를 끼끗하게 하고 싶어요. - Page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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