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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길은 항상 있다 - 다음 한 발은 더 쉽고 가벼울 테니
윤서원 지음 / 알비 / 2016년 2월
평점 :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자신이 초라해 지는 그 순간 제가 살아온 길을 돌아봅니다. 앞을 보지 못하고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앞으로 나갈 힘을 찾지 못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한 참을 지나고 보면 다시 어느 길 위에서 제가 걷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그 길이 자신의 길인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인지 알지 못하지만 저는 알 것 같습니다. 제가 만든 길 보다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을 다시 밟고 지나가면서 그 사람의 흔적을 찾을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에게는 그런 삶이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윤서원의 글은 중년에 다가가는 자신의 길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누군가를 사랑했던 순간의 길을 그리고 그가 떠난 자리의 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프고 힘들고 어려웠던 그 길을 걸어가면서 그는 자신을 찾아갑니다. 이별의 아픔의 이면에 숨어있는 길 그것은 새로운 사랑의 길이라 생각하고 그 것이 마지막 길이 아니더라도 마지막 사랑에 더 가까이 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지금은 마지막 사랑을 찾아 같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저에게는 지금까지의 길에서 때로는 껌딱지 마냥 붙어서도 지냈다가 토라져서 저 멀리 뒷걸음에서 따라가다가 그리고 지금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시원한 바람을 느낄 만큼의 거리를 두고 걸어가는 우리 사이를 생각해 봅니다. 길이라는 것이 가진 의미에 평생 동무를 찾은 것이지요.
감정이 가진 길을 생각해 봅니다.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끙끙 거리는 그런 모습보다는 들 끓는 지금을 표현하기 보다는 펄 끓는 마음에 생각의 여유 한 컵을 부어 감정을 표현하는 길을 선택하는 윤서원의 마음이 부럽습니다. 잠깐의 생각 그리고 그 여유가 가져다 준 감정의 순화는 상대의 감정을 돌보는 잠깐의 시간이겠지요. 그리고 내 감정을 죽이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반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이 미덕으로 알았던 그런 시간이 조금은 후회스러운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힘들고 어려운 그런 마음의 상태를 어떤 길에서 돌리고 싶을까? 그렇게 생채기난 내 마음을 어디서 위로받을까? 한 없이 작아진 내 마음과 감정의 크기는 어떻게 키워나갈까? 가끔은 포장도로가 아닌 비포장도로의 길을 달리면서 마음껏 길을 탓해보는 겁니다. 그렇게 후련하게 달리고 다시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겠지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그들의 문제이지, 나의 문제는 아니니까.
난 그들의 미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고,
또 그들의 뾰족함을 풀어 한 발 더 나아가는 힘으로 삼으면 그만이다. (Page 125)
윤서원의 글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합니다. 공감을 끌어내는 힘이 있다고 할까요.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어서 그런지 일상을 여행하듯 그렇게 써내려간 글속에서 차분한 평정심을 가지게 하고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을 받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