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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드라마의 원작이라는 홍보 문구 덕에 내손에 들어오게 된 책입니다. ‘돌아와요 아저씨’라는 드라마 덕분에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된 건 책의 이야기 즉 원작자의 이야기와 드라마 작가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직 드라마는 초반이기는 하지만 원작에서 다룰 수 없는 부분이 소설에는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환생이라는 설정을 가져 오면서 원작의 그 것을 따를 수 없었던 것은 공중파라는 것의 한계가 있어서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도덕적인 측면에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쓰바키야마 과장은 일상의 우리 아빠들의 모습입니다. 열심히 일만하고 그 일을 하느라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자신이 사랑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가장의 모습 말입니다. 그런 가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납니다. 아쉬움이 남겠죠? 하지만 아쉬움 때문에 현생에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천국에 가기위한 정화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데 자신에게 부여된 죄명을 자신이 도저히 용납을 할 수 없었거든요. 그는 버튼 한 번 누르고 인정하면 천국에 갈 수 있었지만 자신의 현생을 그렇게 판단한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거부하고 현생의 자신을 돌아 보기위한 선택을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다른 모습으로 현생에 돌아와서 자신의 모습을 아니 자신이 살아왔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여기에 주요 등장인물이 두 명 더 있는 데 다른 사람으로 오해를 사서 살해를 당한 야쿠자의 두목도 있고, 7살 꼬마 아이도 있습니다. 책 표지에 등장인물 세 명이 모두 자신의 현생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이 모두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내가 사랑한 어떤 사람이 나 말고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면서 나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사랑한 가족이 나의 가족이 아닐 수도 있고, 내가 멀리하고 찾아보지 못한 사람이 나를 너무 아끼는 마음에 나를 멀리하고 있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작가인 아사다 지로의 설정이 극적인 효과를 얻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감안 하더라도 20년 넘게 자신을 사랑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무딘 신경을 가진 사람은 아마도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 밖에 없겠죠?
하지만 스바키야마 과장의 선택은 역시 탁월합니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설사 자신의 아들이 내 핏줄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에게 많은 사랑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은 감사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억울하고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운 상황임에도 죽은 자의 자세가 아닌 진실 된 자세로 그들을 사랑한 현세를 감사하고 살면서 몰랐던 자신의 모습에 감사합니다.
웃기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을 살면서 내가 모르게 나를 배려하고 감싸준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감사해야 할 이유를 찾은 것 같은 따뜻함도 느껴집니다. 스스로에게 감사하고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한 쓰바키야마 과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