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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떠나길 잘했어 - 청춘이 시작되는 17살 딸과 청춘이 끝나가는 41살 엄마, 겁 없이 지구를 삼키다!
박민정.변다인 지음 / 마음의숲 / 2016년 2월
평점 :
딸과 엄마가 길을 떠납니다. 떠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딸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 엄마는 왜 사는지 몰라서 입니다. 그냥 그런 질문을 받은 둘은 세계여행을 떠납니다. 학교를 다니는 것에 목을 매는 사람들과 달리 간단하게 결정하고 출발할 것을 결정합니다. 그럼 아빠와 남편은 어떻게 하고 떠날까? 질문을 해보았는데 간단하더라고요 “개들 봐야지” 아빠는 강아지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같이 여행을 떠나지 못합니다.
여행 내내 이 모녀의 글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각에 서로의 입장으로 올라옵니다. 무척이나 티격 거리는 모녀였고 마음이 맞지 않아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하고 돌아오지 않는 딸을 걱정하면서 따른 일에 집중하는 엄마의 모습, 그 시간 길을 잃어 헤매며 불안해하는 딸의 모습이 교차되어 글에 등장합니다. 둘의 걱정은 글 속에서 뿐인가요? 돌아온 딸에게 엄마는 잔소리를 딸은 투정을 부립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글에는 서로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습니다.
유럽과 남미를 거쳐 1년여 간의 여행. 모녀 둘이 다니면서 둘은 삶의 질문을 던지고 세상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고 자신을 찾아갑니다. 어디를 가든 불친절한 사람도 있고 가방에 손을 넣어 자신의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의 여행의 대부분은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에 의해 세상이 멀리 있지 않고 가깝고 사람이 사는 방식은 어디서나 비슷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낀 이들의 감정은 조금 뻑뻑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돈에 구애 받으며 한 푼 두 푼에 신경을 쓰던 그들의 모습은 가난한 여행자의 모습이었습니다. 멋진 곳에서 멋진 그림을 보고 생각하는 것에서 여유로움 보다는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유럽대륙을 떠나 남미로 날아간 뒤부터의 이들의 생각은 가난이라는 것이 가져다 준 삶의 퍽퍽함 보다는 그들이 담아낸 순수한 따뜻함이 더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 두 모녀가 표현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산다는 것이 뭐든 재화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하게 합니다. 유럽에 따뜻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덜 가진 남미의 소박한 따뜻함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는 뜻입니다.
모녀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감정은 친구와의 여행과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항시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엄마가 들어 있었고, 엄마의 이야기 속에는 딸이 담겨 있었습니다. 친구와 여행을 하더라도 그 속에서 찾는 건 자신이 많았던 것에 비하면 거의 대부분이 모녀 사이의 관계와 갈등 그리고 따뜻함이었습니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주기도 하지만 오래된 것과 가까운 것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들의 용기를 부러워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는 이들이 겪은 일상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책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는 이들이 더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더 부러운 것이 되었습니다. 일상을 살면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하고 마구 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어쩌면 여행이기에 가능했을 지도 모르고 서로가 서로의 글을 보면서 지금은 아마도 더 애틋하지 않을까요? 부럽고 행복한 여행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