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바람이 부는 날엔, 현대 미술 - 현대 미술을 만나는 가장 유쾌한 방법, 싱글녀의 오춘기 그림토크
권란 지음 / 팜파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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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것으로 알았습니다. 현대 미술을 이해한다는 것 말입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그렇지 않다는 것에 놀랍습니다. 권란은 자신의 경험을 생각합니다. 아니 인생의 한 꼭지를 생각해 냅니다. 그리고 그림을 바라봅니다. 아무도 가질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림을 바라보고 미술 작품을 바라볼 때는 작가의 의도나 시대상을 생각하라고 들었기에 그 것이 궁금했었습니다. 대작이라고 하는 것들을 보면 대부분 그런 설명들이 따라다니고 어떤 곳에는 작가의 일생 중에서 어떤 시기에 그린 것이라는 설명도 따라다니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권란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냥 자신의 느낌대로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 작품을 떠올리고 상상하고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리고 기억에 남기고 글로 남기며 작은 위로를 받는 것 같습니다.

 

에세이와 그림이야기를 혼합한 이 책은 읽기에 부담이 없으면서 중년을 향해 세상을 살아가는 싱글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삶의 방향을 어떻게 찾을 것 인가하는 그림에 등장하는 개는 개 팔자라는 것에 부러움을 사왔던 옛말이 같이 있었을 것인지 모릅니다. 한적한 시골 그림에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고 정면을 응시하는 개 한 마리 그리고 그 옆에 뜬금없는 우회전 표지판,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어디인지 알려 주지 않는 그 곳에서 지금도 방황하는 작가의 인생을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싱글인 작가는 그렇게 그림에서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고 고민합니다.

 

직장에서 견뎌야 하는 시기 369년의 법칙에 등장하는 작품은 저에게는 조금 놀랍습니다. 달걀로 머리를 맞는 그림인가? 사진인 거죠. 그렇게 힘들고 느닷없이 닥쳐오는 고민과 스트레스를 표현하고 받아들인 것인가요? 공간의 구석을 채우고 있는 이불을 뒤집어 쓴 한사람, 무척 피곤해 보이고 어떻게 보면 매우 지쳐 보이는 그런 모습의 한 사람을 보면서 권란은 그 꼭지의 제목을 좌절이 충전되었습니다.’ 로 붙여 놓았다. 자신의 인생도 그의 인생도 어떤 시기에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그 불안감을 담아 놓은 것 일까? 아니면 작가 자신을 허탈하게 만드는 세상의 일들을 OTL로 표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읽기 편하고 공감도 많이 가고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여인의 삶을 공감하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아니 그렇게 살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어떤 순간에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의 밑천들을 꺼내 보았을 때 그렇게 후회하는 삶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일에 바쁘게 사랑에 바쁘게 그리고 친구들과 바쁘게 보내는 삶도 있고 가정을 만들어 아이들과 만들어가는 시간도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시간과 생각을 떠올리고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고 때로는 위로가 되는 일 같다. 나는 어떤 위로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있을 그런 작은 사치 혹은 시간이 마음을 살찌우는 일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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