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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평점 :
진짜로 잘난 사람이란 어떤 환경에서나 잘나게 돼있어. 사회에 나가서 가장 중요한 건 체력도 참을성도 아니야. 머리가 얼마나 잘 돌아가는가 하는 점이지. 어떤 사람과도 일해 나갈 수 있는 적응력이랑. 말하자면 ‘생존 능력’이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거야 Page 15
회사는 지치고 힘들고 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상사의 불호령은 어쩌면 내가 가진 꿈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게 만들었습니다. 주인공인 아오야마는 한 때 진짜로 잘난 사람으로 살아갈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지 못하고 칭얼거리는 많은 사람들을 패배자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그 길에 들어설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호기로운 젊은 시절 내 뱉었던 말들을 생각해 봅니다. 직장 상사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고 지하철을 기다리던 순간 아오야마는 감기는 눈과 스르르 몸이 기울어짐을 느낍니다. 그 순간 누군가의 팔이 아오야마를 끌어당기고 그 와의 대화는 어쩌면 다시 해 보자라는 용기를 만들어 냅니다. 직장 생활도 그렇고 자신감도 그렇고 모든 것이 탄력을 받을 때쯤 그를 당겼던 야마모토는 자신이 알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게 큰 문제가 되지 않죠. 회사에서 자신의 거래처에 문제가 생기고 다시 자신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때 자신이 믿었던 선배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지만 다시 아오야마는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으로 회사에 남게 됩니다. 정말 선배가 아오야마를 진심으로 위하고 있었을까? 자신의 업무를 이어 받은 그 선배의 수상한 행동을 미심쩍게 바라보던 아오야마는 자신의 실수가, 실수가 아니었음을 알게 됩니다.
직장이라는 곳이 사람을 번잡스럽고 조급하게 만드나 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회사에서 전화를 받고 좋은 기분을 그냥 유지하는 사람들이 드문 것 보면 말입니다. 광고의 문구처럼 미생이나 송곳을 연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따뜻한 위로가 된 이야기였다고 할까요? 정체불명의 야마모토의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도망가는 법을 알려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냥 묵묵히 받아들이는 직장인들의 삶에 상처가 나고 깊은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마도 모두에게 도망치는 법을 알지 못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이 일이 아니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 모두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니시겠죠?
저는 회사라는 곳이 이익을 전제로 모인 집단이기에 따뜻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고들 말씀하시니 그런가 보다 느끼고 있지만 사실 사람이 사는 곳에 자신의 이기심을 버리면 때로는 서로에 대한 의심을 버리면 아마도 조금은 따뜻하지 않을까요?
미생처럼 차갑고 정감 넘치는 정의로운 모습도 아니었고 송곳처럼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그 것 보다 오히려 감동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도망치는 법을 알고 살아야 한 다는 것, 그 것을 묵묵히 받아들이다가 자신을 망치지 말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도 다시 생기게 하네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