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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리스트
리처드 폴 에반스 지음, 허지은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현대판 스크루지를 만났습니다. 우화처럼 죽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에 일어날 수 있는 가정을 이야기에 담아냈습니다. 이런 이야기의 장점은 항상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단점은 결과를 알고 있고 교훈도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그럼에도 읽으면서 짜릿한 것은 잊고 산다는 것이죠. 스크루지를 모르는 사람은 흔하지 않지만 그 사람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읽는 순간에 벌어진 잠깐의 시간이고 오랜 시간 잊고 지내다가 다시 읽으면서 또 반성하는 그런 모습의 저를 보고 놀라기도 합니다. 내용은 비슷해도 감동은 변함이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제가 죽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 유명하지도 많이 알려지지도 부자도 아니기 때문에 신문에 부고가 날 일은 없겠지만 그냥 그렇다 치고 신문에 부고 혹은 한 줄의 기사로 나의 일생을 생각해 봅니다. 그냥 평범하게 지내다가 두 아이의 엄마로 살다가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 되겠지요. 그리고 장례가 치러지면 저를 뒤에서 욕하던 사람들이 앞에서 궁시렁 거리고 핀잔을 하겠지요. 저는 그들에게 무엇을 잘 못 하였을까요? 지금도 알고 아마도 죽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외면하고 모른척하며 무시하고 때로는 못된 일을 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참 고민이 되네요. 지금 이라도 그들에게 더 잘해주고 따뜻하게 대해 주어야 할까요? 아직은 그렇게 성인군자가 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앞서내요. 아직 죽을 때가 되지는 않았나 봅니다.
주인공인 키어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부고 기사를 보게 됩니다. 부동산 재벌로 좀 못되게 살았던 사람이지요. 자신이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이런 기사를 접한 키어는 수소문 끝에 자신과 동명이인인 스쿨버스 기사의 죽음을 알게 됩니다. 호기심에 사로잡힌 키어는 그의 장례식에 가서 그의 장례식에 찾아온 끝없는 행렬을 바라보게 되고 같은 이름의 사람의 일생을 듣게 됩니다. 넉넉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해주고 사랑을 받으며 살아갔던 같은 이름의 키어, 스스로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그동안 자신이 못되게 굴었던 사람들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결과는 뭐 문전 박대에 주먹다짐에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하지만 키어는 그 일을 계속해 나가는 데요..
사람의 일생은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합니다. 저는 많은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저를 싫어나는 사람이 많을까,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하다가 그런 사람은 자주 안 만나니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하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가식에 싸여 살았다는 핀잔을 들을 것 같기도 하고 열심히 살았다는 제 생각과는 달리 짠순이로 살았다는 말도 들을 것 같구요.
한 달 후면 크리스마스네요.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 이 책에 감사하며 올 해가 가기 전에 마음 따뜻해지는 일을 한 가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