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엔도 슈사쿠, 자신의 작품인 [침묵]과 깊은 강을 자신의 저승길 동무로 같이 가져간 사람. 그렇게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지만 결국 수상을 하지는 못한 사람. 그의 인생을 생전의 글을 통해서 만나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서 인지 그의 글에는 많은 시대상이 반영이 되어있고 그 시대상이 일본인으로서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었겠지만 그렇게 즐겁게 살아갑니다. 그러기에 그의 글은 유쾌함 혹은 그만의 삶의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6년에 작고한 그의 글을 연도별로가 아닌 주제별로 글을 모아서 책을 발간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 종료 후의 상황도 있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말년의 모습도 있고, 여러 가지 시대 상황이 얽혀있다. 그 복잡한 상황을 자신만의 방법(?)아니 자신만의 생각 법으로 그 상황을 유쾌하게 넘어간다. 아니 그 지혜를 배워보고 싶은 것이 아마도 이 책의 목적이 아닐까 합니다.

 

부부 싸움을 할 때 내가 가장 기가 막히는 것은 여자의 논리라는 놈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논리 같지도 않은 논리다. - Page40

 

논리의 비약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 데요, 조금 가부장 적이고 자신만의 상황을 그렇게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 단락의 후반부에 가족의 역할에 대한 누구를 굴복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논리 같지 않은 논리에도 이해를 해주는 것이 부부 아닐까요?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가는 것. 혹시 저자가 부부 싸움을 하고 기분이 몹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글을 쓰셨던 건 아닐까 하는 유쾌한 상상도 해봅니다.

 

1950년 서양으로 유학을 가는 상황에서의 에피소드는 시대적 상황이 잘 나타납니다. 어쩌면 그런 상황이 일본의 현실이었을지도 모르죠. 그렇다고 전쟁의 상흔이 사람의 마음을 악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들이 나누어 먹었다는 강력한 술 한 잔이 남기 기억을 아직도 엔도 슈사쿠가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들이 알루미늄 컵에 담아 건넨 강렬한 술맛도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다. 그러나 이후로 두 번 다시 그 술을 마신 적은 없다.... Page 59

 

그가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도 그리고 그의 인생 후반의 느긋함도 죽음에 대한 기억도 때로는 친구들이 먼저 떠나는 아쉬움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글이 그렇게 쓸쓸하거나 외롭게 들리지 않았는데 한 구절만큼은 기억나게 하네요. 유쾌한 작가이자 자신만의 삶으로 한 평생을 살았던 엔도에게도 그리움은 남아 있었나 봅니다. 그 아쉬움이 한 줄로 남아 기억에 남게 하네요.

 

차에서 매화 숩의 흰꼿, 강가의 복사꽃을 바라보면서 나는 떠난 이들에게 물어 본다. 아무 대답도 없다. 젊은이들에게 봄은 마음이 달뜨는 계절이겠지만, 아니든 이들은 그 꼿의 배후에서 쓸쓸함을 느낀다. 꽃샘추위라 일컫는 저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를.... Page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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