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5센치 힐을 신고 친구를 만나러 나가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뒤뚱뒤뚱 이라고 해야할까?아장아장 이라고 해야할까?어쨌든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나의 첫 힐의 경험.^^걷다가 잠깐씩 쉬기도혹시나 넘어질까 벽을 짚고 걷기도 했던 그 날 용케 한번도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집으로 돌아왔다.그 날 내 발 뒤꿈치는 살갗이 벗겨져 빠알간 속살을 영광의 상처처럼 드러냈지만 뭔가 드디어 여자 어른이 된 거 같아 아픔보다는 기쁨이 더 컸다.어른이 되면 예쁜 구두를 날마다 신어야지 했던 호기로움은 이제 희미해진 대신 내 발에 가장 편한 신발로 아스팔트가 아닌 산길을 흙길을 걷고 걷고 또 걷고 싶은 소박하지만 절대 소박하지 않은 소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수박 밭에 수박이 얼마나 컸나 보러가던 소년이 수박을 쪼아 먹던 까마귀를 발견하고 쫓아가다 신고 있던 노란 장화가 벗겨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주인공은 우연히 벗겨진 신발 덕분에수박 덩굴이 되어서매미가 되어서짐승이 되어서작은 돌이 되어서물이 되어서맨발로 걷고 걷는다.맨발로 걷는다는 것은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나를 억압하는 눈에 보이지 않은여러가지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발 끝의 예민한 감각을 깨워비로소 나답게 걸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리라.쓸데없는 걱정과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는 어떠한 시선을 무시한 채, 나는 과연 신발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발 끝의 감각에만 집중한 채 나답게,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까?가장 원초적인 방법이가장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엄마 자유가 뭐야? 라고 묻는 아이에게웃으며 오늘 나는 나의 신발을 벗고아이의 신발을 벗겨준다.우리도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모래알이 깔린 놀이터를 신나게 걸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후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