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아이 이혜정 글.그림길벗어린이잔뜩 화가 난 표정인 건가? 굳게 다문 입, 치켜 뜬 두 눈. 다부진 얼굴을 하고서 씩씩하게 걷는 아이와 <길 위의 아이> 라는 제목이 어울리면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습니다.모험을 떠나는 거겠지_라는 생각보다보호 받지 못하고 길 위에서 헤매는 아이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누가 만들었고, 언제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는지도 모르는. 모든 것이 수수께기인 땅 위의 섬에서 살고 있는 작은 아이.도둑질과 거짓말을 하고 그림자 속에 숨어 사는 일은 길 위의 아이들 차지입니다.사람들은 길고양이는 돌봐주어도 길 위를 헤매는 아이들에게는 그리 관대하지 않는 것이 현실인 듯 해요.그런데 그 무리 안에도 작다는 이유로 낄 수 없는 아이는 혼자서 땅 위에 섬을 떠나려 출구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아요. 작기 때문에 눈에 띄는 것들을 발견하면서요.늘 다부진 아이였지만 바닥 없는 구멍처럼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아 꼼짝도 할 수 없는 날을 맞이하기도 하는데 작은 몸으로 아무도 없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받아내느라 애쓰며 하루하루를 견뎠기에 그랬을거라고 짐작해봅니다.그러다 만난 아이와 닮은 또다른 아이.그 아이로 인해 일상이 변하고 더이상 비 오는 날이 춥지 않게 되었어요.혼자 일 때보다 둘이여서 가능한 일들,혼자여서 무서워 망설이던 길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친구가 있기에 용기를 낼 수 있는 날들이 이어져 보는 내내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어요.역시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모르는 사이 우리는 끊임없이 이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를 닮은 아이는 내가 아니였어요. 닮기는 했지만 또다른 존재인 것입니다.서로의 사정으로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어야 할 때. 둘은 각자의 길로 떠나요.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헤어지기 싫어 억지로 맞추며 희생하면서 헤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으면 둘은 서로를 원망하며 시간을 흘려보냈을거라는 걸 잘 알았어요.그래서 어른보다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이별을 선택했습니다. 이런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이별이 아닐까요? 예전처럼 다시 혼자가 되었지만 전보다는 훨씬 덜 두렵고 덜 외로울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길 위의 아이에게 이제는 추억이라는 이름의 기억이 생겼으니까요. 그러면서 한뼘 더 성장했을 아이가 씩씩해졌을거라 믿어요.어떤 이유에서건 땅 위의 섬에 고립된 채로 길 위의 어두운 그림자에 숨어 살고 있는 모든 아이들 혹여 어른들이 출구를 꼭 찾길 바라며 출구 찾기를 멈추지 않기를 바라요.어둠 앞에는 반드시 빛이 기다리고 있으니 희망을 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요.#@gilbutkid_book*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한 후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