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 예수와 함께 성경 읽기 - 예수님의 방식으로 다시 읽는 성경 랍비 예수 2
로이스 티어베르그 지음, 손현선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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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선교사님이 나눈 이야기가 생각난다. 복음이 한 번도 전달되지 않은 이방인의 땅에서 1년간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모아 성경을 가르치고 예수님을 전한 결과 그 곳에는 작은 교회가 세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첫 번째 성탄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지인들은 선교사가 가르쳐준 예수님의 성탄절을 읽은 후에 성극을 준비했다. 어설픈 복장과 대사였지만 분명히 요셉과 마리아가 나왔고 마리아의 품에는 어린 아기 예수가 있었다. 하늘의 큰 별과 동방박사가 등장하고 천사들의 노래가 울렸다. 그런데 갑자기 술에 취한 주정뱅이들이 들어와 모든 상황을 망치고 말았다. 선교사님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중에 안 사실은 그 곳의 목자들은 모두 너무 추운 날씨로 인해 술을 마시지 않고는 생업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성경을 읽다가 목자들이 찾아왔다는 말을, 술주정꾼들이 찾아왔다는 의미로 오해하고 말았다고 한다.
 
한번 웃고 넘길 수밖에 없는 해프닝이라고 가볍게 여길 수 있겠지만, 이런 황당한 사건은 바로 지금 복음이 전달된 지 100년이 넘어가는 한국 땅에서도 수없이 일어난다. 그 이유는 처음 성경이 기록된 시대와 문화와 언어에 대해서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각자 자신이 성경을 읽는 시대의 문화와 언어로 해석한 것을 바른 것이라고 무작정 믿어왔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력을 소유한 로이스 티어베르그는 바로 이러한 오해와 왜곡의 시간을 체험했을 뿐 아니라 극복한 선배로서 우리가 동일한 오해와 왜곡이 아닌 바른 이해와 적용을 할 수 있도록 깊이 있으면서도 쉽게 이해가 되는 이야기를 이 책에 선물처럼 담았다.
 
특히 헬라적 사상과 서구 신학적 교리에 큰 영향을 받은 주류 기독교의 성경해석과 적용은 처음 구약성경이 기록되던 셈족 문화의 특징과 예수님 시대의 유대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하고 심지어 무지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저자가 가장 먼저 도전하는 것은 우리가 전자레인지식의 성경공부를 하지 말고 오랫동안 성경에 머물기를 도전한다. 그러면 어두운 밤에 눈이 적응하듯 성경이 사고하고 이야기하는 방식에 눈을 뜨게 된다. 젊음보다 늙음이 가진 지혜와, 다이어트가 아닌 살찐 건강함이, 논리와 이성의 추상화가 아니라 내러티브와 구체적인 비유들이 가진 생생함이 성경의 진정한 맛과 향이 되어서 우리의 오감으로 다가오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그리스도하나님의 아들은 단순히 예수님의 신성을 나타내는 이름이 아니라 유대 사회의 기름을 부은 왕의 칭호이며, ‘믿음역시 단순한 정신적 동의가 아니라 신실함, 인내, 굳건함에 더 가까운 뜻이다. 히브리어 이라는 아들도 몇 대에 걸친 후손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며, ‘들음이나 기억도 단순히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 아니라 손과 발로 이어지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더 나아가, 성경의 흐름은 지독히도 개인주의화된 오늘날과 다르게 철저히 공동체적 배경에서 읽어야 함을 알려준다. 그래야 임신을 하지 못하는 것, 가문과 족보의 중요성, 명예와 수치의 모티브가 가진 중요성들을 바르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헬라어로 기록된 신약성경, 그 중에서 가장 헬라적이라고 느껴지는 바울서신들조차 한 꺼풀만 벗겨 내면 그 아래에는 히브리적인 정신과 언어가 골격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히브리어의 단순한 어희들 속의 확장적인 의미나 문화적인 배경 지식은 이미 이와 유사한 좀더 전문적인 책들의 도움으로 대다수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13장에서 작게 생각하기를 통해 많은 울림이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지극히 자랑하고 있는 근대성이 우리를 지나치게 크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오히려 성경은 우리 자신을 작게 보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겸손을 넘어서 십자가의 죽음까지 이어지는, 모든 믿는 자를 향한 성경의 목적이라고 생각된다(2:20).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교만해지는 이 시대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성경은 원래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부록처럼 담긴 더 깊이 읽기를 위한 묵상 질문은 저자의 글에 대한 더 심도 깊은 연구를 해 볼 수 있게 만들었고, ‘성경공부에 유익한 히브리어 30는 보석 같은 히브리어 연구의 결과물이었다. 국제제자훈련원에서 곧 출간하게 될 같은 저자의 Sitting at the feet of Rabbi Jesus (랍비, 제자들, 절기, 기도, 토라에 대한 1세기 유대적 무대가 조명할 그리스도의 공생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도 기대가 된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틀 만에 다 읽었다. 하지만 내용은 평생 동안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성경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정독해 보기를 진심으로 추천한다. 성경을 보는 눈이 새롭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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