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먹고 가이소!》 제목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말투이다. 시골 할머니들의 구수한 말투.
유라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의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아마 누구나 다 느끼는 거겠지만 사실 손녀들은 친할머니보다는 외할머니와 더 친하다. 아마도 엄마의 엄마라는 이유도 한몫하지 않을까 한다.
나 역시도 친할머니보다는 외할머니와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비록 유라네처럼 할머니와 떨어져 사는 것은 아니라 매일매일 얼굴을 보면서 살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미국으로 이민을 가시게 되었고 그러면서 차츰 할머니와의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한 집에서 같이 살 때는 매일매일 아웅다웅하며 할머니와 다투기가 일쑤였고 할머니와는 미운 정이 더 많이 들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할머니가 미국으로 가시고 외할머니와 더 가깝게 지내게 되었고 미국 할머니는 가끔씩 만나는 분이라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한국에 오시면 잘 해드리면 된다는 생각이 가득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낯설어지기 시작했고 할머니보다는 친구가 좋아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오셔도 별 느낌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학생 신분이었던 나는 미국에 갈 수 없으니 고모와 아빠만 다녀오시게 되었고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아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들으니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지금은 천국에서 잘 지내고 계시겠지만 문득문득 생각나는 할머니와의 추억들...
유라가 생각지 못했던 할머니에 대한 마음이 가득했던 할머니 휴대폰의 영상들을 보며 온 가족은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 친구분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할머니 생각을 많이 한 것인지 할머니가 내 곁에 있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인지 어디선가 들리는 할머니의 목소리. 밥 먹고 가이소!
이상하게 이 말이 가슴 뭉클하게 한다. 괜스레 하늘을 쳐다보며 할머니 천국에서 잘 계시죠? 이 말이 불쑥 튀어나오는 밤이다.
《수상한 녀석들》이라는 제목에서 왠지 경찰? 범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내용의 이야기였다. 바로 정우네 이야기.
정우는 삐쩍 마르고 어딘가 모르게 주눅이 들어있는 모습을 마구마구 풍기는 중학생.
그런 정우가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꽃청년 이수하 순경.
정우는 억울한 누명을 쓴 아빠와 아빠를 대신해서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노점상을 하는 엄마와 함께 하루하루 겨우 힘들게 버텨내며 살아가고 있다. 정우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서 정우에게 나쁜 행동을 일삼는 동네 불량배들.
매번 정우의 나쁜 행동을 보게 되는 이수하 순경은 자신의 청소년 시기에 철없던 행동들을 떠올리며 이상하게 정우에게 마음이 간다. 자신의 행동을 나무라기보다는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한 어른처럼 자신도 정우의 멘토가 되려고 하지만 정우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노점상을 강제 철거하려던 용역 업체와 실랑이를 벌이게 되고 정우는 이수하 순경이 그냥 툭 던진 말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보란 듯이 행동으로 옮기는데...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이수하 순경의 마음을 알게 된 정우는 그를 찾아가게 되고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비록 한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기댈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또 다른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 역시도 나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조용히 다가가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주고 싶다.
《충전을 완료했습니다》 처음에는 로봇을 입양한다는 게 조금 낯설게 느껴졌는데 책을 읽다 보니 왜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날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답답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마도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노란 리본...
이 노란 리본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이미인지... 세월호...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일이 아닐까 이 일은 부모이건 아니건 큰 충격이었으니까.
이야기의 내용은 어떻게 보면 조금씩 잊혀가는 그 일을 다시 상기시키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정말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 조심스럽게 조금씩 잊혀 간다는 게 참 마음 아픈 일이다. 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자식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가슴 한편에 아픔으로 기억해야 하는 한별이 엄마 영심. 그런 영심을 바라보는 수열의 큰 결심은 바로 로봇을 입양한다.
한별이의 특징과 행동, 소소한 부분까지 닮게 만들어 영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었던 수열의 마음과는 달리 로봇을 딸 한별이라고 말해버리는 영심. 이런 영심을 바라보는 수열은 원망보다는 가슴이 무너져내림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한별이를 닮은 로봇 별이를 통해 엄마는 한별이의 죽음을 인정하게 되고 아픔보다는 추억으로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약수터에서 한별이 엄마는 로봇 별이의 손을 잡으며 " 아빠랑 엄마 말이 다 옳지는 않아. 그러니까 아니다 싶으면 네 생각대로 해." 이 말은 엄마가 한별이에ㅔ게 했던 가슴 아픈 말들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지는 말이다.
딸에게 튀는 행동하지 말고, 인솔자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하면 구조대가 구해 줄 거라고 이야기했던 자신들의 무지함으로 바다에서 사라져갔던 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로봇 별이한테 쏟아내지 않았을까?
그때 일을 생각하면 괜스레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 마음을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하지만 그저 그들을 위해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위로할 수 있는 나의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족'이라는 이 두 글자는 끊어지지 않는 줄과도 같은 것이다.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도 가족이고 내가 힘이 들 때 기댈 수 있는 것도 가족이다.
그렇기에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공통적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어려움, 고통을 함께 하며 이겨내는 이야기들이다.
그들의 아픔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허니에듀 서평단으로 출판사 단비청소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