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 어쨌다고 13살 에바의 학교생활 일기 1
부키 바이뱃 지음, 홍주연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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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별명은 잔소리 마왕이다.

 

작년까지는 노려보기만 해도 슬금슬금 고개를 숙이던 아이가 이제는 이름을 다섯 번은 불러야 대답을 하고 마주앉아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하면 갑자기 안 하던 공부를 하겠다고 생떼를 부린다. 그래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다 꼭 할 말만 끄집어 하는 데, 그러면 그러지 않아도 통통한 볼을 황소개구리처럼 부풀리고서는 잔소리 마왕이라고 중얼거린다.

이 모든 게 중학교 때문이다.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무슨 벼슬이라도 하는 것처럼 유세를 떠는 것이다.

 

아이와 갈등이 심해질 무렵, 이 책을 만났다. 멍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빨간 바지의 에바를 보며 자연히 아이를 떠올렸다. 중학교란 말을 들어도 열심히 공부한 기억밖에 남지 않은 나이에 들어선 나는 에바의 부모와 같다.

이제는 아이가 아니야. 스스로 알아서 할 나이야. 네 나이때 나는..”으로 이어지는 나는시리즈가 언젠가부터 숨소리처럼 자주 내뱉는 일상어가 되었다. 그때마다 아이가 무슨 표정을 짓는지 정작 엄마인 나는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아이 앞에는 나와 달리 거대한 미래가 펼쳐져 있었고, 미래를 결정하는 때를 놓치면 꼭 나처럼 후회하고 실패할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에바에게 중학교는 좋은 곳이다. 겁먹지 말고 용감하게 도전하라는 응원을 했다. 자신들에겐 그 곳이 더없이 즐겁고 행복한 곳이었던 것처럼.

 

과연 그랬을까?

 

에바는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낯선 교과목을 선택해야하고, 쇠창살감옥 같은 건물에서 사악한 마녀처럼 규율을 강조하는 선생님을 상대해야 했다. 유일하게 기대한 수제 햄버거와 진짜 치즈 피자가 나오는 점심은 3학년 전용줄 때문에 맛조차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곳이라며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그 시절, 그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찾았을까?

 

새 인생은커녕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조차 모르던 에바가 스스로 딛고 일어나 순응을 버리고 혁명을 택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에바와 닮은 아이를 이해하고, 부족했지만 그 시기를 잘 넘긴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마 나는 이제 잔소리 마왕의 별명을 버리게 될 것 같다. 잔소리를 줄이고 싶은 세상의 많은 엄마들에게 그리고 그런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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