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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ㅣ 매드 픽션 클럽
도널드 레이 폴록 지음, 최필원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도널드 레이 폴록)
살면서 악마와 마주칠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까?
그 호기심이 이 책을 선택하게 했다.
지독하게 건조한 문체와 음울한 사연으로 읽는 내내 당혹케 한 책,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나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악마들이 살고 있는 지 알 것 같다.
악마는 결코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내가 보는 거울 안에 나타날 수 있고,
거니는 길에서 불쑥 튀어나올 수 있는 가까운 존재였다.
전쟁의 후유증을 안고 귀향한 윌러드가 샬럿과 결혼해 아빈을 낳고
평화롭게 사는 동안은 그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샬럿이 암에 걸리면서 윌러드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아들을 학대하고 산 동물을 제물로 바치고 살인까지 저지른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겠다는 집착이 그를 악마로 변하게 한 것이다.
그러다 결국 샬럿이 죽고 윌러드는 자살하고
아빈은 할머니가 사는 콜크리크로 보내진다.
윌러드가 죽으면 끝날 줄 알았던 악의 사슬은
아빈이 레노라의 복수를 위해 전도사를 죽이면서 다시 반복된다.
아빈은 마지막으로 옛집을 보기 위해 오하이호로 향하고
그 길에서 히치하이커를 살해하고 사진을 수집하는 연쇄살인마부부를 만난다.
이 책엔 온통 우울하고 아픈 인물들뿐이다.
산 채로 구더기 밥이 된 전쟁포로부터
히치하이커를 유혹해 고문하고 죽이는 연쇄살인마부부,
종교에 대한 신뢰를 증명하기 위해 아내를 죽이는 전도사와 소아성애목사, 비리경찰 등등.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우울한 사람들이 총집합했고,
그들은 얼굴만 다를 뿐 순식간에 악마로 변했다.
그들은 모두 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길이란,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고, 다시 길로 이어진다.
하루에도 우리는 여러 갈래로 난 길과 마주친다.
그 길 어디에서 악마와 마주칠 지,
내가 악마로 돌변할 지 전혀 알 수 없어서 더 두려울 수밖에 없다.
이 잔혹하도록 서글픈 책을 손에서 내려놓으며
드는 마지막 생각이 바로 그거다.
사람 사이에 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악마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