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 - 가르치며 배우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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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

 이 책은 나에게 강한 어조로 “배우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실천해야 세상은 변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하는 일은 평등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근무하는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지원한 내 모습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시설의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인해 집중적으로 서비스를 지원해야하는 장애인들에게 양보 하기를 강요하거나 그들에게 서비스를 지원할 때는 대단한 것을 해주는 것처럼 굴었다. 낯뜨거웠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색내고 있었다.


 책에서는 교실에서는 학생과 선생님은 모두 평등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책 내용 중에 알러지 등의 이유로 우유를 먹지 못하는 아이들의 우유값을 학교 운영비로 사용되는 것이 옮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유대신 대체 음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이것이 평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수에 의해 소수가 희생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알리는 것, 불편함에 대해 참는 것이 아니라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지만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다. 불평등함을 묵인했고 강요했다.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 것은 공부가 아님을 알게되었다. 나에게 장애인에게 평등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주어졌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34쪽

가르침과 배움에 서로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든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계속 수정할 용기를 지니게 하는 교실은 먼 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42쪽

의심을 좇다 보니 세상이 아직도 여성들의 말하기를 가만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재수가 없었던 너만의 일이고, 네 잘못이고, 네가 예민한 것이니 그만 시끄럽게 하고 전처럼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들은 더 이상 어제를 살고 싶지 않은 이들을 슬프게 했으나 멈추지는 못했다.


80쪽

위계상 우위에 있는 사람은 자기의 위치로 인해 편견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기 쉬우므로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본 경험과 맥락, 상황이 공유되어야만 덜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약자가 겪는 문제를 맥락적·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그들의 입장은 쉽게 가려져 버리고, 결국 강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약자가 겪는 문제는 사실 강자와 약자 모두가 관련한 문제이며, 그것은 '이익의 유무'로 따질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103쪽

여러 입장에서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말하던 사람들조차 이 질문에 한 목소리로 답했다.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한다면 그와 같은 지식은 초등학교에서 다룰 필요가 없거나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함께 자리한 사람들이 재생산해내는 오해나 통념을 조심스럽게 반박하느라 조금 지친 나는,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앞에서 비겁하게 입을 다무는 쪽을 선택했다.

다양한 성 정체성이 역사적으로 존재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에는 성 정체성을 설명하는 개념이 점차 세분화되고 있음을 안내하는 일은 과연 학생들의 사고에 혼란을 야기해 그들의 '성장과 발달'을 저해할까? 나는 오히려 대다수의 혼란이나 혐오는 어떤 경험이나 지식이 사회적·문화적으로 금기시되고 공식적인 장에서 논의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다는 점을 짚고 싶다.


111쪽

역사적으로 학교는 개개인의 다양성 추구를 부당하게 외면하거나 묵살해온 공간이다. 그리고 우리 대다수는 학교 공간의 성격을 변화시키기 위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행동해본 경험이 부족하다. 오래전부터 학교는 우유를 제공하고 우유를 마실 수 없는 이들은 이 서비스에서 배제되어왔다. 이제는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준비되어있는 풍족한 시대인데도 대다수는 학교 우유 급식의 획일적 제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공공서비스를제공하는 입장에 놓인 교직원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우유를 마실 수 없는 학생 또는 학생의 보호자들도 획일적 우유 급식을 권리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유를 마실 수 있는 몸은 ‘정상’이고, ‘정상’이라는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규칙을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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