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법이 될 때 - 법이 되어 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변론
정혜진 지음 / 동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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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감상평과 느낀 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은 틀린 것 같다. 사람이 죽어도 여전히 사회는 개선되지 않은 채 돌아간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야만 법이 통과되는 나라, 기득권 층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아픔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 보다. 기득권층은 아파보지 않았기에 국민들의 슬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결여되었다. 마치 나를 보호해 줄 나라가 없는 것처럼 국민들은 나라의 지도자층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첫 장부터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다. 특히 아이들이 젊은이가 목숨을 잃는 대목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마치 큰 돌덩이가 나의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희망과 미래가 꺾이도록 세상을 방관한 어른으로서 미안하였다.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법이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이 약간 불편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법을 만드는 과정을 반대하고 만들어진 후에는 유가족을 비난한다. 특히 민식이 법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여과 없이 드려났다. 우리가 학교 앞 횡단보도를 조금만 서행하므로 목숨을 살리는 일이라면 기꺼이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자식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고, 목숨을 담보로 일터에서 일한다면 적극적으로 법을 만드는 일에 동참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나와 상관이 있던, 없든 간에 사람을 귀히 여기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가족을 잃은 슬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지키는 법을 만드는 것에 앞장서 주셔서 감사드린다.


② 마음에 남는 글귀

8쪽

직장에서 친구가 된 둘이 나눈 이야기는 늘 하나였다. “우리 잘릴까?” 마지막으로 함께 밥을 먹을 때 김 군이 한 말도 이것이었다. “아무래도 나 잘릴 것 같아.” 그래도 김 군은 언제 같이 여행을 가자는 말도 했다. 김 군의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늘 잘릴까 아닐까 그런 이야기만 했지 뭘 좋아하는지, 최소한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이야기를 못해 보고 살았어요. 그게 가장 후회돼요.” 김 군의 친구는 김 군이 죽은 후에도 계속 김 군에게 전화를 했다.


213쪽

김관홍은 스스로를 '노가다', '막일하는 사람'으로 불렀다. 대부분의 사람처럼 법이나 제도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잠수사들의 선의가 짓밟히는 현실이 그를 바꾸어놓았다. 목소리


214~215쪽

“저희가 간 게, 양심적으로 간 게 죄입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타인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 정부가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저는 잠수사이기 전에 국민입니다. 국민이기 때문에 달려갈 거고, 제 직업이, 제가 가진 기술이 그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간 것뿐이지, 국가 국민이기 때문에 간 거지 애국자나 영웅은 아네요…


218쪽

그들의 변명처럼 '법대로' 한다면 잠수사들이 그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으로 들어갈 이유도, 다칠 것을 알면서 하루에 서너 번씩 잠수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니 '법대로' 한다면 후유증이 뻔히 보이는 일을 거절했어야 했다. 잠수사들이 마음으로 한 일을 정부는 법으로 판단했다.


219~220쪽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어려운 사람을 돕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희생하는 국민을 격려하기 위해” 국회가 처음 만든 상이었다. 국가가 스스로 ‘자랑스러운 국민'이라고 해놓고는 그 이름을 딴 법은 국회에서 몇 년을 묻혀 있었다. 자신의 안위 대신 양심과 공동체를 선택한 한 시민에 대한 국가의 예우는 그렇게 간신히 지켜졌다.

만일 그가 살아서 자신이 ‘자랑스러운 국민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법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도 그는 탐탁찮아 했을 것 같다.(중략)

그래서 잠수사들이 ‘함께’ 292명을 수습한 것이나 상을 주려면 잠수사들에게 ‘함께’ 줘야 한다고, 법에 이름을 붙여 그 희생을 가리고 싶다면 잠수사들의 이름을 ’함께‘ 불러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김관홍 법이 아니라 세월호민간잠수법이라고.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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