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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마침내 우리가 기다려온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세계적인 이야기!
<파친코>를 잇는 한국적 서사의 새로운 주역!
1.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기 전 때마침 파친코를 읽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끌렸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김주혜 역시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이기도 했고, 이 책이 1918년~1964년의 일제강점기 시대에서 빼앗긴 땅의 설움을 딛고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닮고 있다면. <파친코>는 역시도 같은 시대 평범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우선 <작은 땅의 야수들의 이야기> 프롤로그부분에 호랑이 이야기가 나왔다. 가장 한국적인 동물 호랑이 말이다. 어릴 때부터 호랑이 관련 전래동화를 일고 자라서인지 호랑이가 무서운 맹수라기보다는 의리 있고, 정이 많고, 어리석하기도 하는 등 친근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다 호랑이에 대한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2. 이 책의 주인공 옥희는 장년라는 책임감을 앉고 어머니를 따라 숙식 세탁부로 일하기 위해 은실이네 집으로 간다. 하지만 이미 다른 아이를 구했다는 말에 옥희는 기생 견습생으로라도 일을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슷한 또래인 월향, 연화, 월향을 만나며 함께 기생이 되기 위한 수련을 받으며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월향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임신을 하게 되며 이 셋은 은실의 친구 단이 이모와 함께 경성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 기생이 되기 위해 이렇게 체계적인 수련을 하는 줄은 미쳐 몰랐다. 가무는 기본이고, 시조 읽기 등 내적 수향을 위한 체계적인 공부를 하며 시험도 보고 평가를 해서 진급 여부도 결정하는 게 아닌가. 옥희는 기생으로 인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로 전향하게 되며 인기스타가 된다.
3. 이 책의 주인공 옥희는 파친코의 선자와 많이 달랐다. 파친코의 선자는 강인했고, 자신의 신념을 절대 굽힐 줄 몰랐다면 옥희는 아무리 싫었던 사람이라도 힘들 때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함부로 했던 이토가 운전기사를 통해 보낸 소포 꾸러미 속에 들어있던 천원이라는 거액과 청자 화병을 고민 없이 받았다는 부분이다. 이토가 옥희에게 했던 조언이 기억이 남는다.
“아무도 믿지 말고, 불필요하게 고통받지도 마, 사람들이 하는 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언제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그게 널 위한 내 조언이야.”
4. 이 책은 번역서 같지 않는 번역서였다. 이 책의 옮긴이 박소현 또한 제 역할을 너무도 멋지게 하지 않았나 싶다. 보통 영문을 국어로 번역하면서 지문은 어색해지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전혀 번역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또한 ‘녹색 싹이 땅의 속눈썹인 양 올라오는 시골길’이라는 표현처럼 시적인 글들이 너무 많아 읽는 내내 한편의 시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작가의 생각이 들어간 인간에 대한 생각 또한 너무 좋았다.
p119
"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신이 고유한 의미를 지닌 존재라고 믿는다. 그러지 않으면 각각의 인생을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다.“
p121
“사람은 가끔 자신이 경멸하는 집단 중에서도 단 한사람만을 골라 의외의 우정을 쌓게 되기 마련이다.”
p153
"삶이 꾸준한 전진의 과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태도는 젊음 특유의 요건이다.“
p387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뉘며, 대다수는 그중 첫 번째 범주에 속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현재의 상태에서 성공을 향해 더 나아갈 수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 그러고 나면 자신의 삶에 주어진 운명을 합리화하고 그 자리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p408
"모든 결혼식은 신부와 신랑의 이상적인 행복과 견주어 하객들의 인간관계에 더 깊은 명암을 부여하기 마련이다. 결혼식은 사랑하는 두 사람을 영원토록 함께 이어주는 예식이다. 하지만 그 이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다투고, 절망하고, 결국은 헤어지기를 결심하는가"
p415
"모두가 꿈을 꾸지만, 그중 몽상가는 일부에 불과하다. 몽상가가 아닌 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보애는 대로 세상을 본다. 소수의 몽상가들은 그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5. 옥희가 사랑했던 남자 한철은 결국 자신의 고용주 딸과 결혼을 했으며, 옥희를 사랑했던 남자 정호는 자신의 친구 딸과 결혼을 하게 된다. 단이 이모와 명보 또한 서로에게 끌렸지만 서로 마음을 표현조차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각각의 자리에서 가정을 이루며 주어진 삶을 잘 살았으며 어찌 보면 서로 진정한 인연은 아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명보는 인연을 믿었기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 만나게 해주는 보이지 않은 실타래가 우주의 섭리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하고 좋은 인연은 남편과 아내, 그리고 부모돠 자식의 연이며 이건 하늘이 정해준 천륜이며 그 어떤 것도 단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
6. 옥희는 감옥에 수감된 정호를 위해 한철을 찾게 되며 이 둘은 거의 20여년 만에 재회하게 된다. 과거 사랑했던 사람과의 20년만의 재회란. 어떤 느낌일까. 가장 젊고 활력이 넘쳤을 때의 과거의 내 모습을 아는 사람과의 재회는 기쁘고 설레는 마음도 있겠지만 양쪽 모두 긴장되고 두렵지 않을까? 또한 정호가 수감된 감옥에 옥희가 찾아가면서 이 둘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은실의 반지는 옥희 손에 들어오게 된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한국의 근대사를 이렇게 소설로 들여다보니 훨씬 더 암울했고 그 시대를 겪어내고 살아야만 했던 사람들이 안쓰럽고 가여웠다. 이렇게 힘들고 아픈 역사일수록 더 공부하고 자세히 알야아 겠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소설로 역사의 한 부분을 세계에 알린 김주혜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