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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동물의 탄생 - 동물 통제와 낙인의 정치학
베서니 브룩셔 지음, 김명남 옮김 / 북트리거 / 2025년 2월
평점 :
내가 동물을 TV 속 동물의 왕국이나 동물원에서처럼 간접적인 관계가 아닌 직접 접촉하며 만난 처음의 기억은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다. 친척 집 앞마당에서 키우던 개 한 마리가 내 팔뚝을 물었던 사건이다. 학교도 가기 전인 거의 반백 년 전 일이라 오른팔인지 왼팔인지도 가물거리지만 물렸던 고통스러운 기억은 지금도 남아있다. 그 영향으로 한동안 개를 무서워했다. 그런 이유로 내게 첫 번째 나쁜 동물은 어린 시절 팔을 물었던 개였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보다 개(강아지)를 좋아한다. 물론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도 나를 보면 꼬리곱터가 달린 모습으로 팔짝팔짝 뛰며 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린 시절 무방비 상태의 나를 공격했던 못된 악당, 나쁜 동물에서 180도 달라진 신분 변화의 이유는 뭘까? 이 책 띠지에 있는 “인간은 어떻게 동물 악당을 만들어 내는가?”라는 질문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케빈”이라는 청설모를 등장시키며 우리의 삶에 동물들이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 영향력을 기준으로 좋고, 나쁜 판단을 하며 좋은 동물과 나쁜 동물을 편 가른다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쥐(Rat)를 시작으로 곰(Bear)까지 모두 열 가지 동물들의 예를 들어가며... 이 책에 등장하는 열 가지 동물들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우리가 동물을 처음 봤을 때의 판단기준이 변하지 않는 사례가 잘 없고, 시대적 배경과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지역에서는 혐오의 대상이지만 또 다른 지역에서는 숭배의 대상이 되고, 어떤 시대는 혐오였다가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시대에서는 호감을 느끼는 등 같은 동물이지만 대접이 다른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그렇게 상반되는 이유는 그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 동물은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그때그때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 판단의 기준은 이런저런 것들이 거론되지만 결론은 거의 하나로 수렴한다. 바로 “이익”이다 인간의 삶에 이익이 되면 좋은 동물이고, 손해를 끼치면 나쁜 동물이 된다. 그렇게 “나쁜 동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손해”는 여러 가지 얼굴로 등장한다. 질병의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식량을 축내는 기생충의 가면을 쓰기도 하고, 인간의 서식지를 침범해 서로 쟁탈하는 등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게 바로 나쁜 동물이 되는 길이다. 자, 이건 인간의 처지에서 본 시각이고... 동물은 어떤 처지인지 궁금하다. 과연 이 책에서 거론된 나쁜 동물들은 인간을 어떤 동물로 바라볼까? 인간도 동물이라는 사실을 인간들은 자주 망각하며 지낸다.
유발 하라리 교수가 쓴 “사피엔스”에서 이 지구상에서 가장 해로운 동물이 바로 인간이라고 했다.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인간 너희가 가장 나쁜 동물이야!!!”라고... 이 책을 쓴 저자가 하는 이야기도 인간들 마음대로 어떤 동물을 대상으로 해롭네, 마네 하지 말라고 한다. 이 지구상에서 다 함께 살아가는 처지에 누가 누구를 뭐라 할 처지가 되지 못하니 나쁘다고 낙인찍지 말고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사이좋게 살아가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가이아 이론”이라는 게 있다. 겉으로 보기에 생명이 없는 지구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설정하고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각각의 생명체가 생명 활동을 하고,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화산이나 지진 활동 같은 지각 변동을 모두 생명체의 생명 반응이라고 보자는 이론이다. 그 속에서 인간의 활동이 독불장군처럼 자신들의 이익만 찾는 모습이 아니라 인간은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일부분이라 생각하고 그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라는 것이 가이아 이론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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