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은 살지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이 태어나는 것을 그 사람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것처럼 죽는 것 또한 언제일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태어났지만 죽음의 순간만은 자신이 정하고 싶은 사람.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소원이 바로 자식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부모가 먼저 죽고 난 후 남은 자식을 돌봐 줄 사람이 없어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들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요? 함께 살아가던 부부 중 어느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통계도 있지요. 남편과 아내 중 먼저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남은 사람의 수명이 차이난다고 합니다. 대부분 남은 사람이 남편(남자)이라면 일찍 죽고, 아내(여자)가 남으면 남자보다는 오래 살아간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남자 보다 여자들이 주변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게 익숙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고독사를 하는 비율도 여자 보다 남자가 많은 현실을 보면 부부 중 남편이 남게 되면 아무래도 생존이 어려운 모양입니다. 아무튼 삶을 함께 하던 누군가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남은 사람이 힘들게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목부터가 산 사람은 살지입니다. 여기서 남은 사람은 아내(여자)입니다. 평소 많은 일을 남편이 혼자 알아서 하던 탓에 남편이 떠나고 처음엔 걱정을 하고, 불안해하고, 어려워하던 생활을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익숙해지고 그렇게, 그렇게 새로운 익숙함 속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이렇게만 보면 남편이 떠난 후 남은 아내가 씩씩하게 혼자 잘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이 여인에게는 자식도 많이 있고 사위와 며느리에 온갖 친척, 친지들이 주변에 바글바글 하게 살아있습니다. 이 책 또한 자식중 하나가 혼자서 씩씩하게, 때로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을 통해 잘 살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쓴 결과물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남편이 먼저 떠나고 남은 과부의 나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닌 남편으로 인해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던 아내가 그 남편이 떠나자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고, 그렇게 둘러본 주변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부가 백년해로를 다짐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대체로 남편이 나이가 많은데다 평균 수명도 짧아 홀아비 보다는 과부가 더 많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세상에 홀로 남아 살아가는 수많은 여인네들이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 책의 주인공의 모습을 참고하며 살아가면 좋을 듯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