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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ㅣ 창비시선 438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을 찾아서 - 정호승 시집
시가 어려웠다.
입시 교육의 부작용일까? 시를 보면 ‘님’은 왜 침묵하고 있고, 도대체 ‘님’은 누구신지 분석해야만 할 것 같았다.
언젠가, 정호승 시인의 시집, 『서울의 예수』를 읽었다. 기찻길 너머로 떠난 딸아이가 산업 재해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을 때, 마음이 찢어지는 건 그 어미만이 아니었다. 내 마음도 같이 울었다. 마음이 일렁거렸다.
시를 어렵게 생각하던 내게, 좋아하는 시인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당신을 찾아서』에서 새와 눈이 반복해서 나온다. 윤동주에게 ‘별’이 있다면, 정호승에게는 ‘새’가 있다. 새는 투명한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폭설은 모든 것을 덮으며, 눈으로 만든 눈사람은 나를 위해서 죽는다. 배신의 아이콘 유다와, 고해성사 등의 주제도 종종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윤동주의 참회록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정호승 시인도 좋아하게 되었을까. 표지도 차갑고 투명한 느낌을 주는데, 껍데기부터 속살까지, 청아하고 깨끗한 순수를 추구하는 시인의 의지가 느껴진다.
시, 어렵게 생각할 것 뭐 있을까.
그저 글자를 눈에 담고 입에서 요리조리 굴려보고 마음에 다가오는 시상(詩想)을 마주하면 되는 것뿐인데 말이다.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마음의 울림을 준 시 한 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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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시드는 동안」
꽃이 시드는 동안 밥만 먹었어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꽃이 시드는 동안 돈만 벌었어요
번 돈을 가지고 은행으로 가서
그치지 않는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오늘의 사랑을 내일의 사랑으로 미루었어요
꽃이 시든 까닭을 문책하지는 마세요
이제 뼈만 남은 꽃이 곧 돌아가시겠지요
꽃이 돌아가시고 겨우내 내가 우는 동안
기다리지 않아도 당신만은 부디
봄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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