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신 - 신의 부재는 입증되지 않는다
앤터니 플루 지음, 홍종락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영국의 대표적 무신론 철학자였던 앤터니 플루(Antony Flew)의 저서 <존재하는 신>은 반세기 동안 무신론을 옹호했던 그가 현대 과학과 철학적 탐구를 통해 유신론자로 전향하게 된 지적 여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최신 과학적 성과와 철학적 논증을 바탕으로 우주에 무한한 지성을 가진 창조주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플루는 자신의 철학적 신조인 "증거가 이끄는 곳으로 끝까지 따라간다"는 소크라테스적 태도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었다. 


1) 자연법칙의 기원: 우주를 지배하는 정교하고 합리적인 물리 법칙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지성적 설계자의 존재를 시사한다. 


2) 생명과 DNA의 복잡성: 무생물에서 생명체가 탄생하고 자기 복제 능력을 갖추게 되는 과정은 자연주의적 설명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초월적 지능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3) 지적 설계로서의 신관: 플루가 도달한 신은 기독교의 인격적이고 구원자적인 신이라기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움직이지 않는 원동자'나 이신론(Deism)적 차원의 무한한 지성이다. 


이 책은 출간 직후 무신론자와 유신론자 양측 모두로부터 거센 논쟁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그 구체적 내용을 열거하면;


1) 대필 논란: 이 책은 플루 본인의 철학적 기반 위에서 쓰였으나, 상당 부분 공동 저자인 로이 아브라함 바르기스 등이 집필 및 편집한 것으로 밝혀져 저자의 독창성과 서술의 진정성 측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2) 생물학 및 진화론에 대한 오해: 철학자인 플루가 주장한 DNA의 복잡성과 확률적 불가능성(지적 설계론)은 진화생물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진화 메커니즘을 오해하거나 단순 확률론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3) 철학적 전환의 괴리: 철학적 방법론과 악의 문제(무신론의 근거) 때문에 무신론자가 되었던 그가, 유신론으로 돌아선 결정적 계기는 주로 생명과학적 복잡성에 의존하고 있어, 기존 무신론 철학 체계와 전향의 논리적 연결 고리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4) 종교적 신념의 한계: 저자가 궁극적으로 도달한 결론은 기독교나 특정 계시 종교의 신이 아닌 비인격적인 '지성'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종교 진영에서는 이를 자신들의 창조론을 입증하는 데 무비판적으로 인용한다는 견강부회로 지적 받기도 한다. 


요약하면 <존재하는 신>은 거장 철학자의 순수한 지적 고백이라기보다, 노학자의 인지적 쇠퇴를 틈타 기독교 변증학 진영이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영리하게 편집하고 이용한 '홍보성 기획물'에 가깝다는 것이 현대 무신론 학계와 회의주의 평론가들의 냉정한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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