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불복종 - 야생사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민의 불복종>은 수필 <월든>으로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답지 않은 몽상가적이면서도 비이성적인 책이기도 하다.


그의 일생은 물욕과 인습의 사회 및 국가에 항거해서 자연과 인생의 진실에 관한 파악에 바쳐진 실험의 연속이었다.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항의하기 위해 홀로 월든의 숲에서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살기도 했으며, 인두세 납부 거부로 투옥도 당했고, 후에는 노예 해방 운동에 헌신하였다. 그의 그러한 정신은 '시민 불복종'으로 이어진 마하트마 간디의 인도독립 운동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시민권 운동, 레프 톨스토이 등에 사상적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소로우가 미니멀리즘의 선구자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히 <월든>에서 '경제적인 삶'부분에서 그의 구체적인 삶의 형태를 예로 든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시민의 반항)은 국가 권력에 맞서는 개인의 저항권을 강조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현대 민주주의와 사회 구조의 관점에서 볼 때 여러 가지 한계점과 비판점을 내포하고 있다. 


1. 개인적 엘리트주의에 기반한 극단적 무정부주의 


* 극단적 무정부주의 경향과 현실성 부족: 소로우는 "가장 좋은 정부는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라는 신념을 넘어, "아예 다스리지 않는 정부"를 궁극적인 목표로 제시한다. 이는 현대 복지 국가나 복잡한 사회 시스템에서는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는 극단적인 무정부주의적 사고로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 개인주의적 윤리의 과잉: 사회의 문제를 집단적, 정치적 노력(투표, 정당 활동 등)으로 해결하기보다 개인의 도덕적 양심과 '불복종'이라는 거부 행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개인의 도덕적 우월성만을 강조하여,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타협과 협력을 도외시하고 있다.


* 복잡한 사회적 책임의 회피: 국가의 세금을 내지 않거나(인두세 거부), 부당한 전쟁(멕시코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고결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개인이 사회적 혜택을 누리면서 그 비용(세금)을 거부하는 '무임승차'의 논리의 연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 민주주의 절차의 경시: 다수결의 원칙을 '힘이 센 사람들이 다스리는 것'이라며 폄훼한다. 다수의 횡포를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나, 민주적인 의사결정 절차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다. 


2. 비논리적이고 예언자적인 서술


* 독선적이고 냉소적인 어조: 소로우는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 정부와 시스템을 따르는 일반 시민들을 '기계'나 '무의미한 존재'로 묘사하며 냉소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를 일관한다. 이러한 어조는 독자에게 비이성적이라는 거부감을 준다.


* 비유와 은유의 과도한 사용: 직설적이고 명확한 정치적 논증보다는 시적이고 상징적인 은유를 자주 사용하여, 소로우의 의도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정책적 의미로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 논리적 비약: 도덕적 절대주의(양심)에 기반하여 법과 제도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과정에서 법의 중요성과 안정성을 과소평가하는 논리적 비약이 많이 나타난다. 


요약하면,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은 개인의 양심을 일깨우려는 어조의 문헌이지만,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이며 이상적(idealistic)이다. 또한, 개인의 도덕적 고결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절차를 대놓고 경시한다는 점이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된다. 


미국이 독립한지 40년밖에 되지 않은 1817년에 태어난 저자의 시대를 감안하면, 초기 미국의 국가 시스템이 자리잡기 이전의 혼란기를 겪으며 저술한 이 책 <시민의 불복종>은 당대의 시민으로서 느낀 주관적 분석이라 이해할 만하지만, 이 책을 21세기 초현대 국가제도에 적용하여 무정부주의나 납세 및 다수결원칙 거부 같은 그의 주장을 옹호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좌파 운동권이 아니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