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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평점 :
위화의 책에는 뭔가 모를 힘과 따스함이 있다.
그리고 약자를 향한 따스한 시선, 어렵고 힘들지만 인간미를 잃지 않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향한 사랑이 느껴진다.
이 책, '제7일'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전의 책들이 현실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소설이라 한다면 이 책은 죽음 이후의 일들을 다룬 약간의 공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판타지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죽음 이후의 일들이 우리의 삶들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양페이'가 죽음 이후에 겪는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제목 '제7일'에서도 알 수 있듯, 천지창조에 걸렸던 시간인 7일이라는 시간이 죽음 이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지를 이야기한다.
양페이의 인생 이야기를 쫒아가며 그를 스쳐갔던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가슴 아프기도, 또 슬프기도 했다.
순박하기 짝이 없는 양페이의 양아버지 이야기를 읽으며 이 사회에 진짜 이렇게 착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꼭 어딘가엔 이런 사람이 있을 것만 같아 이 시대를 조금이나마 긍정하게 되었으며,
사랑보다는 야망을 쫓아간 양페이의 부인이 몰락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내 속에 있는 욕심의 종말을 본 것 같아 뜨끔하기도 하였으며,
우차오와 슈메이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이 시대의 눈물이 무엇인지,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또한 알게 되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 하나 하나가 어떻게든지 독자들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는 깊은 인상을 남기게 하는 것은
작가의 뛰어난 역량 덕분이 아닐까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깊은 흔적을 남겨서 하루 이틀 동안은 이 책의 여운 때문에 황망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리는 모닥불 옆에 빙 둘러앉아 드넓은 침묵 속에서 은밀하게 수많은 말들을 내뱉었다.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수없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 같았다.
모두 떠나간 세계에서 기억하기 싫은 가슴 아픈 일을 겪었고, 모두 하나같이 그곳에서 외롭고 쓸쓸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애도하려 한자리에 모였지만 초록색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았을 때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p.227)
외롭고 쓸쓸했으나 죽음마저 쓸쓸한 것은 아니라 다행이다 싶었던 위화의 소설..
비록 소설이긴 했지만 외롭고 쓸쓸했던 죽음들을 모두 다독이고 있는 것 같아 참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