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귀신의 노래 홍보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참 잔잔하고 따뜻하다..'
영상만큼이나 실제로 만난 책 또한 그러했습니다.
'이 책, 참말로 따스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 한 구석이 줄곧 따스했습니다.
그리고 눈 앞에 나의 바다가, 나의 꽃들이 펼쳐졌습니다.
이 책은 시인 곽재구 씨가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그리고 와온(臥溫)이라는 이름마저 따스한 바닷가에 살며,
그리운 여수 바다에 살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곳을 여행하며 쓴 에세이들을 모은 책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다보면 문득 여행이 떠나고 싶어집니다.
따스한 봄날에 바닷가에 앉아 꽃나무를 보며 나무 의자에 앉아 한없이 꽃내음을 맡고만 싶어집니다.
저는 제주도에서 3년 간 산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며 그 때 그 시절이 얼마나 그리워졌는지 모릅니다.
따스한 봄날, 함덕 바닷가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또 보던 시절..
새하얗게 찔레꽃 피어난 길을 걷고 또 걷던 그 때로 얼마나 돌아가고 싶었는지요.
이 책에는 그러한 힘이 있습니다.
각자의 가장 따스했던 시절을 반추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힘,
그리하여 인생이란 자연을 벗삼고,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가장 단순한 진리로 이끌어 가는 힘, 말입니다.
'사평역에서'라는 시로 모두의 마음을 울렸던 곽재구 시인이
한 자 한 자 다듬어가며 진솔하게 써나가는 이 노래 글에는 그러한 단순한 진리가 늘 녹아 있기 때문에
어쩌면 더 힘있으며 울림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건물이 빼곡한 도시, 칸칸이 둘러싼 도서관, 매퀘한 지하철 안에서 숨 쉬기가 어려울 때
이 책이 인공호흡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잠시만이라도 따스한 물 그림자가 누워있는 와온 바닷가에 서 볼 수 있고,
장수만 바닷가에서 가슴을 콩닥여 볼 수도 있고, 그 옆에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백구도 만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크기도 딱 적당해서 가방 안에 넣고 다니기도 쉬울 테니 숨이 헐떡여질 때마다, 걸음이 바빠질 때마다
꼭 멈춰서서 읽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인생이 무엇인지,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겨를 없이 사는 현대인 모두에게 길귀신이 들려주는 노래가 꼭 들려지기를 기대하고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