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인데 어두운 방

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평소 좋아하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라 더더욱 기대가 되었던 '한낮인데 어두운 방' 이라는 책..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다소 실망이었습니다.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불륜이라는 설정이라 그렇기도 했고,,

제가 약간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불륜을 저지르고 나서야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별로 공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제자리를 지키면서 결혼이라는 언약을 충실하게 지키는 사람들은 모두 세상 안에 있는 사람들이고,

불륜을 저지르고 세상 밖으로 나온 그 사람들이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이,,

그다지 좋은 의미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제가 너무 보수적인 걸까요.

물론 남편이 너무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륜이라는 것을 너무 정당화 시킨 건 아닌지,,

읽는 내내 그 부분에 있어서는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힘들고 가끔은 소통이 되지 않는 결혼 생활이긴 하지만,

이를 인내함으로 그 언약 관계를 새롭고 아름답게 지켜나가는 사람이 더 영혼이 자유롭고 건강한 사람은 아닐까요.

저는 이 소설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그러한 사람들을 응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에쿠니 가오리가 말한 이 것,

'아동 문학은 아이들 누구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진 것이다. 이것을 성인 대상 책에도 적용해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어른들의 이야기에는 암묵적으로 생략되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 모든 것을 온전히 드러냄으로써 뭔가 신선함을 주고 싶었다'

라는 것은 성공한 듯 보입니다.

오히려 순수하게 느껴지는 문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들의 불륜을 마냥 매도할 수 없는 것은,

등장인물의 심리를 순수하고 가감없이 표현하고 그대로 적어놓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체는 에쿠니 가오리의 그것이 늘 그렇듯 담담하고 깨끗하고 정갈합니다. 일본어 번역의 힘도 있겠지요.

아무튼 크게 어려운 책은 아니라 술술 읽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글자도 큰 편이라 부담없이 3-4시간만에 읽을 수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무겁지 않게 표현한 이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각자의 몫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