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게 시간 주기 - 내 삶의 터닝포인트를 찾아 떠난, 나를 만나는 휴식 여행
안길수 지음 / M&K(엠앤케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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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시간에게 시간을 주기..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을 지키며 흘러가느라 피곤하고 빡빡할 시간에게 시간을 준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신선한 제목 답게, 매일매일 흘러가느라 힘들었던 자기 자신에게 '산티아고'라는 선물을 주며 그 시간을 천천히 흘러가게 만들었고, 그 이야기를 담담하게 책 속에 서술해 놓았다.

 

저자는 단순히 산티아고를 여행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 그리고 깨닫게 된 여러가지 것들을 책 속에 녹여 내었다.

'신문기자'였던 그의 직업 때문일까. 뭔가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도 느껴지곤 했다.

 

'호기심과 두려움, 이 두개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밀고 당기도록' 내버려두는 게 좋다.

한쪽이 다른 편을 제압하려는 유혹이 생겨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잘못된 선입견에 빠질 수 있다' - p.43

 

이러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제압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당기도록 내버려두며 떠난 산티아고.

그가 이 산티아고를 걸으며 빡빡했던 자신을 흐물흐물하게 풀어내는 것을 읽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었다.

단순히 여행기만 적은 것이 아니라 좋은 말들, 생각해볼만한 주제들, 외워둘만한 문구들 등을 함께 적어 놓아

그가 여행하는 내내 나도 삶에 대해서, 또 내가 있는 곳에 대해서, 삶의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수두에 걸려 엄청난 아픔과 고통 속에서 다시 돌아온 한국의 병실에서 다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축복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시 정신없는 삶 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겸허하고도 겸손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니 말이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한 그가 결국 사표를 쓰고 벤처기업을 창업할 수 있었던 것은,

걷고 아프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솔직하게 걸은 그 두 발, 그 여정 가운데 샘 솟은 용기와 지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시금 걷고 싶다, 하염없이.

책을 덮으며 나는, 제주도 올레길을 열심히도 걸었던 내가 참 그리워졌다.

 

이제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한 번 떼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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