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 뚜벅뚜벅 전진하고 있던 한 청년이 별안간 의료사고로 시력을 잃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꽤나 가슴 벅찬 감동이 있을거라 기대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작가가 불의의 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된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고 그 힘듦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감동적인 서사가 있을 거라 기대했다. 


책은 기대와 전혀 달랐다. 이과 출신이라서 그러신지 문장 구조가 무척 깔끔하고 담백했다. 가독성도 무지 좋았다. 술술 읽혔지만 기대했던 감동적인 서사가 적혀 있진 않았다. 그럼에도 작가의 그 담백한 고백들이 마음에 진하게 남는다. 그리고 유머와 여유를 놓지 않는 삶의 태도가 은근 부러워진다.


작가의 담담하고 담백한 에세이들 때문에 내 뿌리 깊은 편견을 보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 나는 왜 시각장애인이 된다는 건 사형선고를 받는 것처럼 너무나 무서운 일처럼 예단했을까. 그 분들의 삶을 왜 내 멋대로 고통스러울 거라 단정했을까. 많이 부끄러워졌다. 역설적이지만 장애인의 삶도 비장애인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유머와 장난, 도전과 열정, 실패와 성공 그 모두를 버무린 달콤쌉쌀한 그런 인생을 우리는 똑같이 살아내고 있다.


우리 모두의 삶에는 크고 작은 고난들이 있다. 고난이 오는 것을 내가 통제할 수는 없지만, 고난에 대한 태도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작가의 담담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삶에 대한 성실하면서도 여유있는 태도를 닮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의 하루 하루를 더 만족스럽게 살고 싶어졌다.  



"지인은 내 장점이 자아 효능감과 회복 탄력성이 좋은 것이라 평했다. 그런 게 하루아침에 생길 리가 없다. 퀘스트를 완수하고 보상을 받고 레벨업을 하는 기쁨을 느껴 보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같은 경쟁 사회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큰 성공을 거두는 일은 너무 어렵다. 그날을 위해 인내의 쓴잔을 들이켜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생각을 좀 바꾸어 보자. 오늘 목표한 일을 다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나는 오늘 성공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을 칭찬해 주어야 마땅하다. 미처 다 못했다 해도 전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면 그것도 괜찮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러면 계속 갈 수 있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가끔 대박도 터지는 것이다. 대박이 안 터지면 또 어떤가? 스스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잠들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괜찮은 - P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