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때 ˝삶의 한가운데˝를 읽었다. 이제는 줄거리 조차 희미하고 장면들은 언뜻 언뜻 스쳐지나가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는 문장이 있다. ˝우리는 사랑 받지 못하는 것보다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걸 더 두려워 해야 해.˝ 그 이후로 나는 사랑 받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지만 모든 다짐들과 기억이 그렇듯 금방 퇴색되고 바쁘게 흐르는 생활에 쓸려가고 말았다. 내 삶을 새롭게 할 다짐이 존재했다는 것도 잊은 채 1년을 살다가 그 다짐은 책의 페이지를 넘길때 마다 사라락 소리를 내며 다시 부활한 것이다.

사랑은 어디서나 존재하고 또 누구든지 사랑한다. 이별한 연인들 사이에서도 심지어 혼란과 전쟁 속에서도. 또 사랑은 양면의 동전 같아서 우리를 고통으로 몰아 넣기도 하고 그 파멸 속에서 우리를 구원하기도 한다. 그러니 나는 사랑이 나를 구원할 때까지 그 사랑을 계속 붙잡고 싶다.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기실 이제까지 인류 역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싸우라는, 즉 사랑 안에서 패배하라는 명령이었네. 우리가 한국에 파견될 때 받았던 상교의 사명은 이곳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네. 아니 어쩌면 이곳에서 가장 크게 요구되는 것인지 모르지. 우리는 기필코 패배해야 하네.

우리가 이 시련을 사랑이 아니라 악으로 참아내는 거라면 우린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거라네.

진정한 사랑은 마모되지 않는다는 것을. 진정한 고통도 진정한 슬픔도 진정한 기쁨도. 시간은 모든 거짓된 것들을 사라지게 하고 빛바래게 하고 그중 진정한 것만을 남게 한다는 것을. 거꾸로 시간이 지나 잊힌다면 그것은 아마도 진정에 가닿지 못한 모든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만을 사랑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형벌인 줄 알게 되었다.

그녀를 통해 나는 지옥은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모든 독재자들이 왜 마지막에 착란으로 가는지 얼핏 알 것도 같았다 아아, 선악과는 그래서 반드시 낙원에 있어야 했던 것이다. 만일 선악과가 없었다면, 신성한 금기가 없었다면 그건 이미 지옥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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