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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나비
올렉산드르 샤토킨 지음, 최정희 옮김 / 노란코끼리 / 2023년 9월
평점 :
『노란 나비』는 아직도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린 여자아이의 눈으로 바라본다. 검은색 바탕의 표지에 빼빼 마른 소녀가 있다. 손가락에 앉은 노란 나비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과 표정이 모호하다.

원작과 번역본이 똑같지만 우리나라 출간본에는 노란 띠지가 함께 붙어있어 그나마 희망에 가득 찬 느낌이지만 띠지를 벗기고 책을 보면 그 복잡한 마음이 오갈 데가 없다.

『노란 나비』는 글 없는 그림책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가 올렉산드로 샤토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전면 침공했을 때 그린 책이라며 전쟁의 공포와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자유와 평화를 위한 마음은 잿빛 어두움을 이겨낼 것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검은색으로 시작된다. 초 근접에서 점점 멀어지고 나면 그 검은색의 정체는 손만 살짝 스쳐도 피가 뚝뚝 떨어질 것처럼 날카로운 철조망이다. 암흑 속 날카로운 철조망은 결국 아이의 눈을 가린다. 단절과 통제를 의미하는 철조망은 결국 아이를 위협하는 거미로 변해 아이를 쫓아간다. (난 어렸을 때 건강보험증에 이름 한번 적은 적 없이 건강한 아이였다. 그런데 어쩌다 한번 앓으면 이렇게 무채색인 벌판을 눈이 뜰 때까지 커다란 손을 피해 달리곤 했다. 지금도 그 꿈이 선명해서 떠올리기만 해도 숨이 막히고 힘든데 이렇게 무서운 거미라니...ㅠㅠ) 결국 넘어지고 마는 아이 앞에 나타난 건 한 마리 『노란 나비』다. 아이는 노란 나비에게 이끌려 이곳저곳을 다닌다. 아이가 뛰어놀던 공원, 놀이터, 아름드리나무가 있던 곳들은 온데간데없이 전쟁의 폐허가 되었다. 일상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빼앗긴 현실에 아이의 눈에서 분노와 슬픔, 억울함과 허망함의 눈물이 흐른다. 고사리 손으로 커다란 포탄을 낑낑 밀어내면 분수처럼 『노란 나비』들이 솟구쳐 오른다. 나비들은 아이의 날개가 되어주고 아이와 함께 폐허의 곳곳을 날아다나며 전쟁의 흔적을 보살핀다. 그러면 그제야 비로소 파란 하늘이 조금씩 나타난다. 나비들은 힘을 모아 철조망도 걷어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랍-이스라엘에서도 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또 다른 전쟁의 발발이라니. 대화와 평화가 계속 이어지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우리는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배려하는데 부족하다.
새로운 전쟁 소식을 들으며 우리는 이 책의 어느 지점까지 왔을까 고민해 본다. 분명 세상 곳곳에서 종전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지만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다. 오히려 장기전으로 길어진 전쟁에 비슷한 사례의 나라들이 불안함에 더 움츠러들 뿐이다. 후대의 아이들에게 아픈 자연을 물려주는 것도 미안한데 이젠 전쟁의 상처까지 남겨주게 생겼다. 부디 빠른 종전이 선언되고 모두가 안식과 평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노란 나비』의 뒷면에는 우크라이나 극작가이자 시인이었던 레샤 우크라인카의 글귀가 적혀있다.
"아니, 난 살아있어. 난 영원히 살 거야. 난 마음속에 결코 죽지 않는 것을 가지고 있어."
그렇다. 우린 기억해야 한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평화와 자유가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라고. 우리가 서로 힘을 합치고 연대한다면 분명 언젠가 우리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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