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봉주르, 장 발장 ㅣ 햇살어린이 88
이미례 지음, 박상추 그림 / 현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길고양이를 돌봐주려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처럼 실수를 하게 되고 진짜 장발장이 되어버리는 아이의 이야기가 재미있기도 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준다.
방준이는 아이들이 자신을 장발장이라고 부르는 걸 싫어했다. 빵을 훔쳤다가 감옥에 갇힌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방준이는 하굣길에 들렀던 공원에서 같은 반 친구 보리를 만났다. 보리는 공원에 사는 길고양이 꼬삼이에게 밥을 주며 방준이와 조금씩 친해지게 된다. 방준이도 보리와 친해지며 길고양이들을 챙겨주다 두 번이나 다른 물건들에 손을 대게 된다. 누군가를 돕기 위한 선행이었기에 방준이는 도둑이라는 오명이 억울했지만 수녀님과 동네 할머니와의 대화 속에서 자신이의 잘못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칭찬이나 찬사를 얻기 위해 계산한 선행이 아닌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장발장처럼 그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스르륵 읽히는 동화책이었지만 그 이야기는 심오하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계산된 선행'이 과연 '진정한 선행'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을 보며 주위를 둘러본다. 말없이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분명 선행을 위한 일이어도 잘못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학교 수행평가나 봉사 점수 등을 위해 시작한 봉사와 선행이 평가가 끝나도 이어지거나, 커리어를 키우기 위해 시작한 자원봉사를 몇 년 동안이나 유지하는 모습들을 보면 의도되거나 계산된 선행이라도 굳이 나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 시작은 계산적이었더라도 그 과정 중에서 진정으로 타인을 위한 좋은 마음이 더 커진다면 그 선행을 계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과 용서에 대한 고찰도 있다.
길고양이를 사랑해서 돌봐주는 마음 때문에 잘못한 아이를 미워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해 묻는 이야기다. 방법은 달랐지만 길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같은 모습이라는 말이 많이 와닿았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끝내 인정하지 않고 모른척하고 누군가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인정하고 스스로 앞서나가는 모습을 취한다. 이야기 속 방준이는 길고양이를 돌보며 마주했던 여러 일들에서 성장하게 되는데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동화여서 참 좋다.
p22. 문득 길고양이 먹이가 놓여 있는 곳이 떠올랐다. 집으로 이어지는 골목 모퉁이를 돌면 작은 빈터가 있다. 벙거지를 쓰고 다니는 캣대디 아저씨가 거기에다 길고양이 먹이를 놓아둔다.
p34. 겉모습이 같다는 게 아니야. 내가 마음속에 그리는 나의 아름다운 모습이 성모님과 닮았다는 뜻이지.
p58. 좋은 일은 세 번을 해도 좋지
p69. 방준이는 캣대디 아저씨에게 성당으로 가서 수녀님을 만나자고 했다. 수녀님은 훔쳐 간 게 아니라고 말해 주리라. 어쩌면 밥그릇을 물론 물 그릇까지 내어 주면서 이렇게 말하겠지? 이 물그릇도 가져가라니까 왜 가져가지 않았어?
p77. 아저씨, 내가 전에는 시골에서 살았어요. 모내기를 한 뒤에 보면 비뚤어진 모가 많아요. 그걸 일일이 다 뽑아냈느냐? 아니에요. 그대로 두어도 바로 서요. 아이들도 그래요. 지금은 좀 비뚤어졌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바로 설 거예요.
p90. 길고양이만 사랑하고 아이를 미워하는 건 잘못이에요. 이제 잘못한 자신에게 벌을 주어야 한다고 하실 겁니까? 아니면 자신을 용서해 주고 다음에는 아이를 미워히지 말자고 하실 겁니까?
p91. 언젠가 마르가리타 수녀님이 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사람들은 생각이며 모습이 다 다르다. 그렇지만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저는 그 말을 늘 기억해요. 아저씨, 당신은 이 아이와 생각이 달라요. 하지만 길고양이를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아요.
p114. 빙고. 꽃밭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거야.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봉주르장발장 #현북스
#레미제라블 #장발장 #길고양이
#선행 #사랑 #용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