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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축구를 하지 않는다 ㅣ 햇살어린이 86
안정희 지음, 김수연 그림 / 현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살다 보면 왠지 나 혼자 겉도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내 모습에 좌절하거나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다. 어른들이 그런 것처럼 아이들 역시 그렇다. 오늘 소개할 현북스의 <공룡은 축구를 하지 않는다>는 조금은 서툰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멸종한 공룡에 대한 상상을 덧붙여 만든 이야기이다.
사울이는 언제나 혼자다. 엄마는 자아실현을 위해 떠났고, 아빠는 지방 출장을 많이 다니신다. 학교에서는 축구를 잘 하지 못해 사울이와 같은 편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없다 보니 체육시간이 아닐 때에도 자연스레 혼자가 되었다. 그래서 사울이는 좋아하는 공룡 책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아졌다. 어느 등굣길 똑같은 풍경 속에 있는 저글링 아줌마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던 때부터 사울이 주위의 뭔가가 바뀌기 시작한다. 인싸 같은 아싸인 유라, 저글링 아줌마를 돕기 위해 파지를 줍는 파지 할머니, 불량배처럼 사울이 주위에서 통행료를 내라며 압박하는 짝다리 형까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사울이는 나중에 알게 된다. 사울이에 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공룡은 축구를 하지 않는다>는 세상살이가 힘들어 자조에 빠졌던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멸종된 공룡과 연계해 상상하다 쓰게 된 책이다. '멸종되었다는 공룡도 실제로는 모습을 변화시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이 불러온 이야기는 참 재미있고 즐겁다.
하지만 판타지를 빼고 나면 아이에게 닥친 여러 상황들이 아이를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 생긴다. 하지만 사울이는 그런 것들에 기죽어 살지언정 좌절하진 않았다. 삶 속에서 자신이 즐거움을 얻는 것들을 찾아내고 의도하지 않게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기 시작하며 자기 주변을 돌아보고 결국 자신의 본 모습을 알게 된다. 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아이들과 친하게 되고 우연히 함께 떠난 여행에서 자신이 진화된 공룡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모습은 아이의 성장하는 내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어른들이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은 이렇게 스스로 껍질을 벗고 자라난다.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남들과 거리가 있다고 해서 멸종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저 자기만의 방법대로, 자기만의 속도대로 살아가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어우러지면 그건 또 그것대로 살만한 일이 아닐까.
P48. 알고 보면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도 참 많다. 나중에 돈이 많아지면 이런 사람들을 위해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태어나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P59. 역시 사람은 좋은 일을 해야 한다니까. 자발적인 선행이 아니라서 좀 찔리기는 했지만, 처음이 뭐 중요한가. 그 담부터는 진심으로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뭐.
P61. 나는 온통 유라 생각뿐이었다. 학교에 들어선 순간부터 집에 돌아갈 때까지 온 신경이 유라에게 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유라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P84. 사람은 다 비슷비슷 한기라. 이기 넉넉하면 저기 모자라고. 다들 비슷한 아픔, 비슷한 행복, 그러면서도 조금씩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라. 단지 약간 모자란 부분을 서로 채워 주는 기지. 그래가 이웃이 필요하고 친구가 필요하다는걸, 내는 환갑이 넘어서야 알게 됐다 아이가.
P96. 그란데 말이다. 사램들은 저마다 다 다르데이. 잘하는 기 있으믄 몬하는 기 있고. 또 그거이 큰 문제는 안 된다. 신경쓰는 자체가 문제지. - 중략- 뭐든 고민만 하지 말고 방법을 찾아보면 된데이.
P136. 사람들은 참 좋은 세상이라고 했다. 과학이 발달한 덕분에 찾게 되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여러 사람의 간절함이 모여서 찾게 되었다고, 그 간절함이 하늘에 가 닿았다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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