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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성취 고객센터
마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2월
평점 :
라디오 사연을 읽은 듯 마음 한구석이 뭉클하고 따뜻해지는 책이다.
책의 저자인 '마론'은 오랫동안 라디오 작가로 일하며 생방송에 쏟아지는 문자들을 볼 때면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구나-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청취자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담아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소설을 쓰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스물여섯의 '한소원'은 열 살에 엄마를 잃었다.
살아생전 엄마는 딸이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한소원은 '선택적 함구증'으로 타인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어 제대로 된 친구 한 번 사귀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던 그녀가 다른 사람의 소망을 들어주기로 마음먹는다. 차마 남들에게는 털어놓기 어려운 이야기를 직접 들어주는 것.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친구를 사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소원성취> 앱을 개발한다.
책에는 한소원이 제작한 앱 이용자들 중 총 6명의 사연이 담겨있다.
한소원은 소원성취 앱 고객센터에서 의뢰인들과 직접 대면하며 그들의 고민을 듣고 필요한 서비스가 들어간 앱을 휴대폰에 설치해 준다.
의뢰자가 꼭 필요한 순간에 앱을 실행시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선택은 본인 몫이다.
소원을 실행시켜주는 과정은 약간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지만 주위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들이라 쉽게 몰입해 공감하며 읽었다.
첫 번째 의뢰 주인공은 청담동 헤어숍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은지다. 그녀는 헤어숍 VIP 고객인 한 아이돌 가수 멤버를 좋아한다.
요즘 들어 피곤하고 힘들어 보이는 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소원성취 앱 고객센터를 찾아가 한소원을 만난다.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대상이지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순수한 팬심으로 그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은지의 진심이 전해져 덩달아 코끝이 찡했다.
인기 있는 강연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지막 의뢰자 최용대는 37살 미혼의 젊은 나이에 청천벽력 같은 췌장암 3기 진단을 받게 된다.
그는 타인의 불행을 보면서 즐기고 싶다고 말한다.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지원하여 소원을 들어줄까 궁금했는데 한소원은 최용대의 휴대폰에 불행만 업로드하는 앱을 설치한다.
우리는 종종 SNS을 통해 타인의 행복이 포착된 단면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그들과 나의 행복을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불행하다 느끼며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그런 현실과 비교되는 이 앱이 내게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외에도 겁이 많고 멘탈이 약해서 악플을 읽는 게 두려운 웹 소설 작가가 결국 자신의 발전을 위해 진심 어린 충고도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를 갖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나 또한 용기를 얻었다.
오지랖 넓고 의리 깊은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도순이 사람과의 거리를 두고 싶어 하자 그녀에게 내려진 해결책도 신선하고 재밌었다. 나도 거절을 잘 못해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어 한 번쯤 상상해 봤고, 실천해 보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각 사연을 읽으며 과연 어떤 방법으로 그들의 소망을 실현시켜줄지 궁금하여 흥미롭게 읽었다.
이런 앱이 실제로 있다면 나도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평범한 소원들이 담겨 있어 간접 경험하며 대리 만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앱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겪으며 각 사연의 주인공들은 본인이 진짜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앱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결국,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본인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한소원 또한 의뢰자들의 소원을 들어주면서 그들과 진심 어린 소통을 하며 드디어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다.
주인공들의 성장과 변화를 보면서 덩달아 내 고민이 해결된 듯한 기분을 느꼈고 대신 위로받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진정으로 원하는 소망, 행복이 무엇인지 제대로 내 마음을 들여다볼 겨를도 없이 삶이 지치고 바쁜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고 힐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