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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가지 행동 - 김형경 심리훈습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평점 :
먼저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을 꼽자면 김형경 작가의 직접 경험을 통한 에세이집이라는 점이다. 보통의 에세이집에서 다루는 내용과는 달리 그녀의 직접 경험에서 통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로서 내 경험과도 비교해 읽으며 이해가 더 잘 되었다.
이 책의 제목 '만가지 행동'은 불교 용어로 '만행'에서 빌려온 말이라고 한다. 훈습 과정을 통해 다양한 시도, 행위, 경험들을 하였던 것을 칭하는 말이다.
우선 이 책은 각 네 파트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파트에서 다루었던 하던 일 하지 않기를 읽으면서는 시기심, 질투하는 마음을 훈습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는 내용인데 읽으면서 나도 누군가를 질투했던 마음, 시기했던 마음의 원천은 무엇이었는지, 이유도 모른채 왜 그토록 시기하였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것은 보통 나는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상대방은 이루고 있었을 때의 부러움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그 내면을 하나씩 들여다보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파트에서 하지 않던 일 하기에서는 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먼 타지에서 홀로 생활을 하고 지내면서 겪는 여러가지 고민과 갈등 상황에서 항상 혼자서 잘 해결하지 못하고, 꼭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는 한다. 한 번은 친한 친구로부터 '너는 절대 외로워서 혼자서는 못 지낼 것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나름대로 잘 해오고 있다고 믿었는데 누군가로부터 그런 말을 듣게 되니 충격이 앞섰다. 그 뒤로는 되도록 나 혼자서 해결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혼자서 그 문제와 씨름도 해보고 하였지만 이 부분은 나도 아직 훈습이 더 필요하다 생각된다.
세 번째 파트는 그녀가 후배 여성들과 함께 한 독서모임에서 경험을 함께 나눈 것에 대한 훈습 과정을 다루었다. 후배 여성들은 보통 그녀가 자신의 엄마 역할을 대신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멘토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혹 누군가에게 그토록 의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마치 내 엄마라도 되는 마냥, 내 일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려줄 것이라 믿고, 힘들 때면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 내면 깊이까지 생각해보면서 얼마나 많은 곳에 의지하면서 고민을 혼자 해결하지 못하였는가 반성하게 되었다. 작가가 힘들고 우울한 이를 만날 때마다 그 투사적 동일시 증상이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지 혹은 내가 그런 기분을 누군가에게 전달하진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와 같은 행동을 나에게 그대로 하는 친한 친구가 한 명있다. 그 친구를 보면서 마음 속으로 이 책을 읽어보라 권유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덮고나서 한 생각은 그 전에 내가 먼저 읽기를 참 잘 했다는 것이다. 친구가 나에게 그렇게 대하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의 안부와 안위를 위한 목적보다는 지금의 내 기분을 당장에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친구의 현재 상황과 기분은 고려치 않은 채 말이다. 우스게 소리로 친구들과 자주하는 말이 있다. 내 마음은 아직도 열여덟의 고등학생인데, 남들은 우리를 성인으로 본다고. 이 책의 본문에 이런 말이 나온다.
"어른이 되면 마음이 넓어지고, 세상이 환히 이해되고, 매사에 지혜로운 판단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생물학적 성인이 되어도 그런 곳에 도달하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도 나와 비스해 보였다.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이해한 어른의 의미였다. -본문 107p중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숙한 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세 번째 파트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후배 여성들과의 모임 일화의 내용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들이서이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네 번째 파트는 좀 지루했던 것 같다.
자기를 보는 일이 힘들고 두려울 때 선생님은 어떻게 하셨어요?
그것이 저항이며, 넘어서야 하는 지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멱살을 잡고 나를 끌고 가는 심정으로그 지점을 지나갔다고.
-본문 202p 중에서-
"혼자 보세요. 그 풍경과 감정을 혼자 경험하고 소화시키세요."
그 힘든 시간들은 그녀가 외면해 둔 유아기 욕구와 그것이 좌절당한 그 시기 고통을 경험하는 시간이며, 치유되는 과정이기 때문이었다.
-본문 210p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