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사피엔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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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 과학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일어나지 않을 먼 미래를 예측하는 상상력이 부족한 탓이다. 그런데 먼 미래라고만 생각했던 일들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요즘이다. 이정명 작가님이 그리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여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유능한 사업가이자 천재 IT 기술자인 김기찬(별칭: 케이시)은 마흔 살에 한 여자를 만나 결혼한다. 장민주는 배우가 되고 싶은 응급실 간호사로 '알레그리아'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기찬을 만났다. 그런데 마흔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결혼 6년 만에 말기 췌장암으로 케이시가 사망한다. 케이시가 죽고 난 후 장민주는 한준모라는 사진작가를 만나 재혼을 한다. 그런데 자꾸만 케이시가 살아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지켜보는 느낌이다. 어딘지 평소와 다른 모습에 한준모는 아내를 의심한다. 아내의 위치를 추적하고 CCTV로 감시하기 시작한다.


케이시는 죽기 직전까지 프로그램 연구에 여념이 없었다. 그가 만든 '앨런'은 인간의 명령에 따른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과제를 생산하고 실행하는 인간형 AI 모델이다. 케이시는 불법 인체 실험을 강행했다. 그는 본인의 연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가 간과한 중대한 변수가 발생한다. 누군가는 '앨런'을 괴물이라 불렀다. 인간은 결국 인간이 만든 괴물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일까?


SF 소설을 잘 접해보지 않은 탓인지 처음엔 책에 집중하기 조금 힘들었지만 중반 정도 읽자 속도에 탄력이 붙어 술술 읽어나갔다. AI에게 지배당하는 인간 세계를 상상하면서 흥미롭게 읽었다. 아예 뜬구름 잡는 머나먼 미래가 아닌 눈앞에 닥친 곧 현실이 될 미래라고 생각하니,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이 조금 두렵기도 하다. 케이시가 간과했던 변수처럼, 인간이 생각지 못했던 많은 피해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기심에 소름이 돋았다.


타인이 나의 모든 감정을 분석하고 알게 된다면, 누군가 24시간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면, 실제로 앨런 같은 AI 모델이 있는 세상에 살게 된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믿음과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지극히 냉혹하고 차갑기 그지없는 사회가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소설 속 마지막 반전을 읽으며 통쾌함에 쾌재를 불렀다. AI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지만, 저자는 '인간을 구원할 유일한 존재는 인간'이라고. AI가 결코 인간다운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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