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행복수업
김지수 지음, 나태주 인터뷰이 / 열림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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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저자와 좋아하는 시인인 나태주님의 만남이라는 소식에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어른이 되어보니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본받고 싶은 삶의 태도를 지닌 어른들을 더 존경하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도 그런 분 중 한 분이다. 책을 읽으며 그의 시가 왜 그렇게 오래도록 나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인 나태주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삶에서 배운 것, 느낀 것들을 정리하여 이 책에 담았다. 나태주 시인이 머무르는 '공주시'에서 꼬박 1년을 주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목차는 총 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차를 lesson1-8이라고 소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시인 나태주에게 마치 인생 수업을 받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항상 변두리에 머무르며 서울의 잘나가는 문인들이 신경 쓰였지만 그들을 시기 질투하지 않고 선망의 대상으로 삼으며 까치발이라도 딛고 올라가서 그들과 조금이라도 비슷해지고 싶었다는 그의 태도가 놀라웠다. 나이 70대에 이르러서야 '풀꽃'시인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판단하지 않고 항상 저자세로 살았다. 그랬기에 주변에 사람이 많아 외롭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늘 겸손했고, 정직했고, 검소했다.

저자가 정의하는 '행복'에 대한 내용도 인상 깊었다. 그는 예쁘지 않은 것도 예쁘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예뻐하면 대상에게만 이로울 것 같지만 나한테 가장 이롭기 때문이고 사랑이 없으면 내 마음이 지옥이기 때문이다. 진짜로 행복한 사람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사람이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그냥 살면 돼요

사람들이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게 바라는 건

어쩌면 대단한 지혜가 아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빽빽하게 간당간당하게 어려운 시절을

먼저 살아낸 노인들이 웃으며 전하는 한마디.

그 한마디에 살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너진 마음이 일어난다.

'그냥 살면 돼요'라는 태주의 말도 그런 힘이 있었다.

-240p중에서

그런 저자의 말이라서 더 인상 깊고 와닿은 듯하다. 책을 읽으며 내 삶의 가치관으로 삼고 싶은 부분들이 많았다. 타인을 시기하지 말고 선망하기, 완벽해지려 애쓰기보다는 나의 서투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행복해지기 위해 억지로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살만해지고 평안해지는 것.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지친 나에게 보내는 나태주 시인의 위로와 응원이 담긴 책이다. 그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50대는 망했다는 걸 인정해도 괜찮은 나이라고.

나는 서울에서 완전히 잊힌 시인이었어요.

그 학교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풀꽃'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회가 없었다면 나는 끝이었을 거예요.

울면서 길을 걸으며 달라졌어요.

그 길을 걸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습니다.

-180p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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