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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
알퐁스 도데 지음, 김이랑 옮김, 최경락 그림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2월
평점 :
단편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책의 전개에 따라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통해 오랫동안 책을 함께 호흡하는 걸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 명작들은 꼭 읽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서점을 드나들 때마다 기웃기웃하면서 주섬주섬 사들고 왔던 책 중에 꼭 그런 고전 명작이 한 권씩 있었다. 그런데 마음먹고 읽기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좀 더 소설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책을 읽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렇기에 창피하지만 이 책 안의 작품들 대부분이 내겐 낯설었다. 워낙 유명한 작가들이라서 이름과 대표작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내용이 기억나는 작품들이 별로 없었다. 그 이유는 대다수의 작품들을 읽으며 내게 기분 좋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중한 유명한 명작들을 왜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들 몇 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먼저 알롱드 도데의 <마지막 수업> 작품이다. 책의 제목은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는데, 시대적 배경이 담긴 내용이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베를린에서 이제부터 독일어를 가르치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프랑스인들에게 마지막으로 프랑스 수업을 하는 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주인공의 모습에 흠뻑 몰입하여 읽어나갔다. 일제강점기 때 한국어를 쓰지도 못하게 하던 우리의 역사가 스쳐 지나가면서 문득 오랜만에 다시 한국 단편소설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또한 저자의 <별>이란 작품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문체에서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첫사랑의 설렘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읽었다. 기회가 되면 저자의 또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봐야겠다.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는 결말 부분을 읽으며 매우 충격을 받았다. 단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7-8 페이지에 달하는 이 짧은 단편으로 독자들에게 이렇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왜 이토록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명작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단시간 몰입하여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였기 때문이다. 삶이 힘겨울 때 다시 희망을 얻기 위해 또 종종 또 읽고 싶어질 것 같다.
이외에도 <크리스마스 선물>를 읽으며 입에 제대로 풀칠하기도 힘들어 먹고살기 빠듯한 가난한 현실이지만 사랑하는 배우자를 위해 헌신하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이성적인 부부의 순수한 사랑에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머리를 짧게 자르고 여성성을 잃은 아내의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크게 실망한 남편의 모습을 예상했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전개에 당황했고, 한편으론 이런 순수한 감정을 내가 많이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당장 먹고살기도 빠듯하고 바쁜데도 불구하고 가까운 이웃의 힘듦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두 부부를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웃의 집에서 금품이라도 훔쳐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의 들었던 나 자신이 많이 부끄럽고 창피해지는 순간이었다.
너무 오래된 고전 소설들이라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상이 더러 반영된 작품들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명작으로 남아있는 데는 역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단편 소설의 매력에 제대로 빠진듯하다. 앞으로 또 종종 단편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한 번쯤 꼭 읽으며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유명 고전 명작들이 한 데 담긴 소중한 책이라 종종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