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서관 - 사색하는 머무름, 머무르는 사색들
정강현 지음 / 인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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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늦은 밤 잠들기 전, 오로지 나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나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싶을 때 꺼내어 읽기 좋은 잔잔하면서 사색에 잠기기 좋은 산문집이다.


감정 도서관이라는 책 제목이 인상 깊었다. 저자는 총 30개의 감정들을 사색하고, 그 감정들에 대해 글로 표현한다. 저자는 늦은 밤 홀로 내면의 감정들을 들여다보며 깊은 사색에 잠겼다. 책을 통해 저자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며 나 또한 함께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가졌다. 책 속에 담고 있는 30개의 감정 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감정들 몇 가지만 소개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설레다'라는 감정이다. 직장 생활 20년 차의 저자는 꿈과 설렘이 가득하던 고교 시절과 대학 시절을 회상하며 또다시 설레기를 희망한다. 눈앞에 닥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인생은 때때로 꿈에 좌절되곤 한다. 그러나, 그는 지금부터라도 또 다른 꿈을 품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냐고 말한다. "끝내 좌절되고 무너지더라도 꿈이 꿈틀대지 않으면 삶은 동력을 잃어버린다. 설렌다는 건 살아있다는 강력한 신호음이다"라는 문장이 마음을 울렸다. 이 글을 읽으며 과거의 꿈을 향해 설레던 나의 앳된 모습이 떠올랐고 현실로 돌아와 지금의 나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나 역시 또다시 설레기를 희망한다.


두 번째는 '순수하다'라는 감정이다. 이 단어 역시도 현실의 어른이 된 우리들에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단어는 어른의 세계에선 무구한 무능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때로 이 단어를 떠올릴 때면 나는 슬퍼지곤 한다. 저자는 순수함이란 세속에 때 묻지 않으려는 드센 고집이라고 말한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사사롭지 않으려는 안간힘이라는 표현을 쓴다. 공감되는 표현이다. 저자에게는 10대 시절 즐겨 듣던 옛날 라디오 방송이 순수함의 상징처럼 남아있다고 한다. 나 또한 노래만 들어도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열렬히 응원하던 10대 시절의 소녀가 되는 순간이 있다. 마냥 순수해서 눈부시게 빛나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마지막은 '아련하다'라는 감정이다. 저자는 아련하다는 감정은 특정한 추억들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그 순간을 또렷이 되살리는 일이 고통스러워 일부러 흐려진 마음 같은 것이라 표현한다. 저자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추억이 더 아련해지는 것도 눈부시게 빛나던 그 시간이 지나 상실감이 커 지난 일을 되돌아보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책 속에서 40대 가장의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저자는 마흔을 넘으면 근사한 어른이 될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슬픈 일인 것 같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계속 설레고 희망을 꿈꾸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잃고, 때론 포기하고, 좌절하는 순간들이 늘어간다. 그래서 찬란한 과거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련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바쁜 일상에 지쳐 우리는 때때로 마음속에 쌓여있는 감정들을 제대로 분출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묻어두곤 한다.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그 감정들을 꺼내어 제대로 들여다보고 감정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내 마음을 위로할 시간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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