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를 고소하기로 했다

나는 회사를 고소하기로 했다
이승준 지음, 박초아 그림 / 인문MnB / 2023년 8월

서울을 떠나 고향에 내려와 살고 있다는 작가의 소개를 보게 되었다. 서울살이의 종지부를 찍게 한 저자의 회사 입사부터 퇴사까지의 기록이 담긴 그의 스토리가 궁금하여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원작 <공포의 스타트업 체험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 스타트업 회사에 입사해서 퇴사하기까지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임금체불을 경험한 회사원이 회사를 상대로 고소까지 하게 된다.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는 글의 형식 때문에 계속 뒷이야기가 궁금해져서 흥미진진하게 에세이를 읽었다.

저자의 입사 스토리부터 정말 말도 안 된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데 전형적인 문제 많은 어느 스타트업 회사의 웃픈 스토리를 간접경험하면서 정말 놀라웠다. 갓 입사를 하고 업무는커녕 팀 배정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아서 대충 하릴없이 시간을 때웠던 이야기에서부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책 속에는 회사 속 각종 등장인물에 대해 성격부터 그가 일하는 태도 등에 대해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중간중간 일러스트 그림으로 함께 등장인물 별 특징들을 파악해 볼 수 있어서 캐릭터가 머릿속에 상상되어 보는 재미가 더했다. 그렇지만 묘사가 디테일한 만큼 전 직장의 누군가와 겹쳐 보이기도 하고, 나의 힘들었던 과거의 직장 생활이 너무 선명하게 다시 떠올라 괴롭기도 했다. 얼마나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는 심경이었을지 잘 전달되었지만 글이 생동감 있는 만큼 다소 욕이 난무하여 마음 한편이 불편하기도 했다.

이렇게 문제 많은 회사가 잘 흘러갈 리가 없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몇 달 치 월급까지 밀리게 된다. 급기야는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으니 전 직원 퇴사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그렇게 회사를 상대로 고소하게 된다. 정말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고 깜깜한 어둠 같은 터널을 지나고 있었을 시기였을 텐데 그 시기를 이렇게 경쾌하고 담담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서울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왔을 때 과거의 내 모습이 오버랩 되어 씁쓸하면서 공감되기도 했다. 저자는 생각보다 나쁜 회사들이 많지만 생각보다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를 도와줄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이들이 혼자만 끙끙 앓으며 고민하지 말고 잘 찾아보면 우리를 도와줄 사람들, 생각보다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다고 말한다.

읽으면서 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표의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다시 한번 또 깨달았다. 직장 공식. 어느 회사나 일 잘하는 사람이 온갖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슬픈 현실도 엿보았다. 그러나, 어디든 빌런이 존재하지만, 괜찮은 누군가도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저자 또한 이곳에서 빛과 같은 능력자들을 만난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이 험난한 과정을 함께 버텨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직장에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시행착오를 겪고 한 층 더 단단해질 수 있었고, 좋은 선배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처럼 겸손하고 누군가에게 좋은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 다짐을 한 번 더 생각해 봤다. 또한 고향에 내려와 본인의 행복을 위해 자존감을 되찾은 저자의 모습을 보며 무언의 위로도 받았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