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골디락스 지음 / 시공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들을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살아간다. 나 역시도 저자처럼 우리 자식들에게 헌신했던 부모님의 희생과 책임감 때문에 그들을 미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시청한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했다. 가슴 안에 묵혀두었던 상처들이 성인이 되어 갑자기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올라와 당황했다.


저자는 '골디락스'라는 닉네임으로 브런치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 작품은 제10회 브런치 북 대상 수상작이다. 저자는 20대 초반에 부모님 몰래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한다. 30대가 되어 아이 둘을 낳고 본인과 똑닮은 아이에게서 본인의 어린 시절이 겹쳐 보일 때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경험을 하기 시작한 순간, 절박함에 부모님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들을 꺼내 세세하게 글로 표현한다.


80,90년 대생이라면 공감될만한 어느 평범한 한 가정의 이야기다. 50,60년대 태어난 부모님과 너무나도 다른 환경 속에서 태어난 우리는 그들과 많은 세대적 갈등을 겪었다. 돈이 없어서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던 시대에 태어났던 우리의 부모님들은 본인들의 몸을 희생해가며 우리를 뒷바라지하셨다. IMF를 겪으며 자주 부모님의 다툼을 목격했고, 식탁 위에서는 떠들지 말고 조용히 밥을 먹어야 한다고 교육받으며 자랐다. 적어도 우리 집은 그랬다. 우리 집과 너무 흡사한 집안 환경에 마치 우리 집 안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필력 좋은 작가의 필체로 대신 들여다본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함께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는 처음엔 부모에게 사랑받고 자라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상처로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행동에 하나하나 점수를 내리며 평가하겠다고 말하지만 글을 쓰면서 어린 시절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조금씩 마음을 치유해나간다. 읽으면 읽을수록 부모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어서 마음 한편이 시렸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그녀의 글을 통해 대신 치유받는 기분이 들었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회피형 불안정 애착이 형성되어 부모님을 많이 원망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들을 했던 지난날들의 나 자신이 안타깝기도 하면서 창피하기도 했다. 그 힘든 시대를 생존본능으로 살아오면서 부모님이 겪었을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그려져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와 비슷한 성향이라서 그런지 많이 와닿고 공감되었다. 유리그릇처럼 예민하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쉽게 상처받는 내가, 우리 부모님도 많이 버겁고 힘드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나만 이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구나. 다들 비슷한 힘듦을 겪었고, 그렇지만 이겨내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구나'를 깨닫자 마음이 위로 되었다. 이 책은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고 내면을 치유하고 공감하며 부모님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갖으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80,90세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다. 또는 50,60년대 부모님들께도 추천하고 싶다. 자녀들이 어린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희생이 숭고한 가치가 되는 집에서 자란 아이는 개인의 행복에 죄책감을 느낀다"


'아빠 인생에 한라산 소주는 커피 같은 것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자 처음으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