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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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다정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 태어나 그것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에게는' 이라는 책의 소개 글이 마음을 울렸다. 작가의 문체로 이 책을 느껴보고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욜라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어서 웨일스대학교에서 문예 창작 석사 학위를 받아 학부생을 가르쳤고, 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대 아일랜드 시골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머니의 출산을 앞두고 어느 여름 날 몇 달간 먼 친척의 킨셀라 부부 댁에 맡겨지는 어린 소녀에 대한 이야기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어린 소녀의 시각에 의해 소설은 전개된다. 넉넉하지 않은 경제 형편으로 제대로 된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소녀는 킨셀라 부부에게서 다정함과 사랑, 그리고 경제적 여유로움을 처음 경험하게 된다. 중단편 소설로 길지 않은 글이지만 작가의 문체는 함축적으로 직접적인 언급보다는 주로 글에서 암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런 작가의 문체의 문체 때문인지, 어린 소녀의 시선에 의한 전개 때문인지 글을 읽으며 마음이 더 아려왔다. 메리가 집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다정함과 경제적 여유로움을 경험하면서 표현하는 문장들이 그러하다.



주인공 메리를 킨셀라 부부에게 맡기면서 아빠는 여러 아이들 밥을 먹이는 게 골칫거리는 표현을 사용한다. 또한 메리가 말썽을 잘 부리는 아이라서 걱정이 된다는 말을 하는데, 킨셀라 부부에게 맡겨진 메리는 참 착하고 조용한 아이, 필요한 말만 하는 아이라는 말을 듣는다. 원래는 착한 아이인데, 부모의 무관심 때문인지, 아니면 환경이 만들어 낸 의도치 않은 성숙함 때문인지 궁금증이 들었던 부분이다. 또한 어머니가 출산 후 다시 메리를 되찾아오는 과정에서 오랜만에 만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반가워 보이는 기색이 없는 어색한 언니들과 너무 태연한 부모님의 태도도 한 층 마음을 아파지게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당연, 마지막 장면이다.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주고 다시 떠날 채비를 하는 킨셀라 아저씨에게 다가가 메리가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이다.



작가는 이렇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를 보여주며 해석은 각자 독자의 몫으로 맡겨두고 있다. 소설 중간중간에서는 간혹 메리는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킨셀라 부부의 집에서 따뜻하고 행복했던 경험으로 메리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짧은 한 여름 동안 일어난 일들이지만 이 여름에 겪었던 일들이, 이 소녀의 삶에, 앞으로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생각하니 막막하고 마음이 아파진다. 책 소개 문구에서 왜 사랑과 다정함조차 아프게 다가올 때가 있다고 말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또한 무심하고 상처 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아빠와 아이에 대한 배려 없이 아이의 순수함을 이용하여 본인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주변 이웃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에게 한 마디 한 마디를 얼마나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지 한 번 더 깨달았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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