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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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인간관계는 어렵다. 불편한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을 알고 싶지만 마음먹은 것처럼 행동은 쉽지 않다. 나는 왜 불편한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할까. 자책을 했던 적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고 이해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도쿄대에서 철학을 공부했지만 중퇴하고 교토대 의과대학에 다시 들어가 정신과 의사가 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현재는 오카다 클리닉 원장이자 야마가타 대학의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정신의학과 뇌 과학 분야 전문가로 주목받는 그가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 '애착 이론'은 청소년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 때문에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대표작으로 <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등이 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인간 알레르기에 대한 현상들을 설명하고, 3장과 4장에서는 인간 알레르기를 기존의 심리학적 이론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5장에서는 이러한 알레르기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독자들이 인간 알레르기라는 증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구체적인 일반인 실제 사례를 재구성하여 설명하고 있다.


알레르기란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굳이 제거할 필요 없는 것까지 이물질로 인식해서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저자는 몸의 알레르기처럼 인간이 인간을 과도한 이물질로 인식하고 심리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증상을 '인간 알레르기'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는 즉 사회심리적 존재인 인간에 대한 마음의 면역 반응이다. 어떤 인물한테 불쾌감을 느끼면 그 인물을 보는 것만으로 몸이 경직되고, 얼굴이 일그러지며, 가슴이 뛰거나 숨쉬기 힘든 자율신경 반응을 일으킨다. 우리는 이러한 증상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트라우마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타인을 싫어하게 되었을까? 자연 면역은 스트레스나 타인의 공격에 대처하는 힘인데, 마음의 면역 반응은 정신의 자유와 자립을 보호하고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그런데 이 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몸이 영양이나 휴식을 필요로 하듯 마음도 주변 사람의 지지나 애정을 필요로 하는데, 어린 시기 양육자와의 사이에서 안정된 애착이 형성되지 못하면 필요한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유해한 인간이 접근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예전에 여러 연애성향검사를 해 본 적이 있다. 가끔 나도 내 연애성향이 이해 가지 않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 삼아 한 검사에서 나는 주로 '회피형 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때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가 애착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뼈 맞아서 아픈 경험을 했다. 내가 이런 성향을 갖게 된 배경을 너무 정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애써 모른 척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그동안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상사의 괴롭힘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듯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부서 이동 혹은 퇴사를 결심했던 내 행동에 대해서 자책하는 마음이 컸었다. 그런데 그 당시 내 마음의 면역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또한 저자가 5장에서 제시한 인간 알레르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를 되돌아보니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비슷한 결정을 했었는데, 나는 악착같이 버티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는데, '미움' 또한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랑을 원하는 데 기대에 어긋나는 반응이 돌아오자 분노한 것이다. 나는 상사로부터 좀 더 내 능력과 노력을 인정받고 싶었는데, 나를 인정해 주던 상사가 갑자기 나를 무시하는 느낌이 들고, 나의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을 때 그런 증상이 심화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인간 알레르기 반응'이 언제 발생하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의 나는 '그런 성향의 사람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그런 성향의 사람을 또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또 그만두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지레 겁을 먹었었다면,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보일 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알게 되었으니, 내 마음의 면역 반응이 돌이킬 수 없이 몸 전체에 퍼지기 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또다시 최후의 선택을 한다고 해도 이제 더 이상은 자책하진 않겠다.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변한다고. 인간 알레르기도 오랜 시간이 지나거나 성숙해지면 이물성을 잃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누군가를 떠올리는 기억만으로도 몸서리치게 싫었던 경험, 얼굴만 봐도 온몸이 떨렸던 경험, 이러한 인간 알레르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그리고 이러한 내 마음의 심리를 이해하고 더 나은 인간관계를 위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관계 심리학 책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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