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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국가, 기업, 환경문제 간의 지정학
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3년 3월
평점 :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삭제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 네이버 메일함이 지구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구상 어딘가에 그 수많은 데이터들을 모두 저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읽지 않은 메일들이 떠올라 매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랬기에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관심이 생겼고 좀 더 깊이 있게 이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프랑스 주요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PD 이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자이다. 중국의 희토류부터 알래스카의 석유, 수단의 고무에 이르기까지 원자재와 관련한 세계의 정치, 경제, 환경문제를 꾸준히 취재해 40여 개국에서 100편 이상의 기사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집필한 저서로는 <프로메테우스의 금속>이 있으며, 이번 책으로 2022년 베올리아 환경도서상과 엘리나&루이 포웰스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총 10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한 번의 '좋아요' 클릭이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지 입증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탐사하며 세계 일주를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공들인 연구와 자료 조사 및 여러 담당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세계의 본질을 파헤치고자 한다. 사실 처음엔 지레 겁을 먹기도 했다. 내가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어서 빠져들며 읽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좋아요'의 지리학에 관한 이야기다. 휴대폰 페이스북에서 옆에 있는 동료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한 번 눌렀을 때 고작 10m 떨어진 곳에 있는 상대방이더라도 내가 누른 '좋아요'는 바다를 가로질러 다른 데이터 센터로 운반되어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한다고 말한다. 그런 설명이 독자들에게 쉽게 이해되도록 풀어서 적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가 전동 킥보드의 사례를 빌려 서비스 이용 약관에 동의하면서 고유한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최근 얼굴 보정 앱에서 AI 아바타 만드는 것이 유행했었다. 궁금한 마음에 나도 아바타를 만들어보려고 마음 먹었는데, 사진 몇 장을 생성하는데 몇 천 원을 내야 하는데 아까워 약간의 노동을 통해 무료로 코인을 획득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중 가장 쉬운 방법은 몇 가지 앱을 깔고 회원가입을 하는 것이었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모든 서비스 이용 약관에 ‘동의’를 클릭해야 한다는 전제가 주어졌던 사실이 매우 찜찜했다.
“그러한 서비스가 과연 당신의 고유한 데이터를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할 정도로 값어치가 있는지 자문해 보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121page) 라는 경고의 문장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많은 이들이 요즘엔 동참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가급적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나 종이 가방을 활용 하는 등의 방법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이 책에서도 개인이 조금씩 동참할 수 있는 방법들도 제시해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1) 마치 휴지통처럼 사용하고 있는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필요 없는 사진들 정리하기,
2) 동영상을 관람할 때 와이파이를 통해서 감상하면 4G를 통해서 볼 때보다 에너지를 23배가 절약할 수 있다는 것,
3) 집을 나설 때 셋톱박스 전원을 끄는 것,
4) 구글을 통하지 않고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 등이 있다.
이러한 소소한 행동들을 실천에 옮긴다고 해서 깊이 있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직접 실천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도 함께 알아보고 싶었는데,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인터넷이 우리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우리가 자원 채취를 목적으로 자연을 자꾸만 더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한 층 더 무거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인터넷 사용에 대한 제한은 기술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오늘날 이러한 문제들이 전혀 대두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그 심각성을 알리고자 한다. 그렇기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중국 소유의 기업인 틱톡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국민들의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의 이유로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