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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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에르난 디아스는 1973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스웨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미국으로 가 뉴욕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소설 <먼 곳에서>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첫 작품으로 단숨에 미국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사로얀 국제상, 캐벌 어워드, 뉴 아메리칸 보이스 어워드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저자의 두번째 소설로 1920년대 월 스트리트에서 전설적인 성공을 거둔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는 소설가 해럴드 배너가 쓴 <채권>이라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앤드루 베벨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 두 번째 파트는 앤드루 베벨의 미완성된 자서전이다. 세 번째 파트는 앤드루 베벨의 비서로 일하며 그의 자서전 쓰는 것을 도운 파르텐자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네 번째 파트는 앤드루 베벨의 아내인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가 담겨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구성의 소설 작품이었고, 읽는 내내 앤드루 베벨이라는 사람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 둘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에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1부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앤드루 베벨이 살아온 배경에 대해 별 의문 없이 읽어나갔는데, 2부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소설가를 비판하게 되었다. 앤드루 베벨이 말하기를 소설가는 부부의 사이를 끊임없이 의심했고, 사이가 좋지 않은듯한 묘사를 했다. 그러나, 그는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은 살면서 가장 큰 축복이었다고 말한다. 몸이 건강하지 못했던 그녀가 비록 곁에 오래머물렀던 기간이 길진 않았지만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이 누구보다 행복했음을 알 수 있다. 적어도 그의 자서전을 읽으면 그렇다.



그런데 3부를 읽으며 더 흥미진진해진다. 그 이유는 자서전에서는 알 수 없었던 그의 권위적이고, 허영심 가득한 이중적인 면모가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채권>의 소설 속에서 남에게 자신의 아내가 깎아내려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면서 자신의 직원을 어떻게 대했는지, 남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여지고 싶어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자서전을 미화하여 적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3부쯤 읽어나가자 진짜 그들의 본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그들 부부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궁금증은 4부를 읽으면서 어느 정도 풀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파르텐자 덕분에 세상에 알려진 밀드레드의 일기장이다. 이것은 자서전도 아니고, 회고록도 아니다. 정말 솔직한 마음으로 쓰여진 그녀의 일기장이다. 일기장은 그 어떤 글보다도 솔직하고 사실적이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 이 글도 어디까지나 그녀의 시선에서 쓰여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실체를 알고 나니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쯤되면 부부가 서로 바라보는 모습이 달랐던 것인지 앤드루 베벨이 본인의 부부 사이를 꾸며내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했던 것인지, 그는 그녀 없이는 이 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기록할 수 없었던 사람인지 헷갈린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의 제목이 왜 트러스트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진실이란 무엇일까? 진실이 곧 믿음인가? 세상은 남의 이야기에 참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들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제각각 조금씩 다르게 와전되곤 하는 것을 경험한 적 있을 것이다. 똑같은 텍스트를 읽더라도 각자 와닿는 부분, 더 집중하는 부분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부분이 조금씩은 다르다는 것이다. 어쩌면 진짜 진실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다. 내가 직접 보고 믿는 것이 진실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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