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약의 연결고리 - 약으로 이해하는 인체의 원리와 바이오 시대, 개정증보판
김성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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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약을 잘 신뢰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항생제 부작용 등. 약물 부작용을 경험하고, 약물의 내성이 생기는 것 등. 그렇지만 꾸준한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했습니다. 복용하는 약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이해해 보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약학을, 카이스트에서 생명공학을, 브라운대학교에서 분자세포생물학을, 그리고 MIT에서 생화학을 전공하며 생명 현상에 대한 여러 관점과 기술을 섭렵하고, 서울대학교 약학대학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및 의과대학 겸임교수로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의약생명과학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총 11개의 목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장에서는 먼저 인체의 복잡계에 대해 설명하며 독자의 이해를 도와줍니다. 2장에서부터는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기반으로 왜 신약 개발이 어려운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3장에서 이러한 이유로 발생되는 신약 개발의 부작용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목차의 순서대로 읽는 것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책은 의약생명과학자인 저자가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쉬운 예를 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잘 알지 못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우리의 몸은 모든 세포, 기관, 조직들이 서로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복잡한 시스템을 가진 복잡계라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인체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복잡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그렇기 때문에 인체 네트워크의 복잡계에 대한 한계를 잘 알고 있어야 생명 공학 및 약물 사용에 대한 오류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사태를 통해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해 경험을 한 바 있습니다. 약의 위험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시판 전에 다양한 임상 시험을 거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물의 부작용은 현대 과학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저자는 신약 개발의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반대로 기대치 않은 효능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비아그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아그라는 처음 제약회사 화이자에서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임상 시험 과정에서 남성의 발기부전을 개선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원래 의도했던 효과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잘 활용하면 그로 인해 새로운 효과를 개발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자들은 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들의 네트워크를 이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5장의 내성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특정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자극을 감소시키고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체의 시스템이 반응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점차 그 효력을 상실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약물의 효능을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투여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가장 효과가 좋은 약은 그만큼 내성도 빨리 생긴다고 말하며 내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약물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픔을 견디기 싫어서 조금만 두통이 있으면 습관처럼 타이레놀을 복용했고, 생리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생리통 약을 복용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동안 얼마나 약물 남용을 하고 있었는지 반성해 보게 되었습니다.



9장에서는 맞춤치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람마다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그동안은 제약회사에서 소품종의 약물을 대량생산 했다면 앞으로는 다품종의 약물을 소량 생산하는 시대로 변화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특정 항생제에 대한 부작용으로 내과 진료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 저로서는 앞으로 환자 개개인에 맞춘 맞춤 진료에 대한 부분은 많은 기대가 되었고 와닿았습니다. 그동안 '똑같은 약을 복용하는데 왜 나만 호전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약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 나에게 약을 맞게 처방해 준 것인지 의구심을 품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똑같은 약을 복용하더라도 사람마다 약물에 대한 반응도 다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는 알고 있더라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부분을 한 번 더 상기시키고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끝으로 과거 건강 회복은 안중에도 없고 운동도 전혀 하지 않고 생활습관도 고치지 않으면서 약에만 의존하려 했던 내 자신을 반성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오로지 약물에 의존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러한 것들만 잘 지켜도 약의 필요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복용하는 약물에 대한 이해를 통해 올바른 시각으로 약물을 바라보고 복용하기 위해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저처럼 약물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과 약에 대한 불신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약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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