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속으로 - 영국 UCL 정신 건강 연구소 소장 앤서니 데이비드의 임상 사례 연구 노트
앤서니 데이비드 지음, 서지희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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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속으로


사람들은 대개 신체적 질병보다 정신적인 질병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쩌면 필자 역시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정신질환에 대해 공부해보고, 그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마음의 병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여 그들을 이해해보고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정신 건강 연구소 소장이자 런던 퀸 스퀘어 국립 병원의 정신 건강 의학과 명예 고문 의사다. 28년간 영국 최고의 정신 의학 기관인 런던 모즐리 병원의 정신 건강 의학과 고문 의사로 일했다. 왕립 외과 협회, 왕립 정신 건강 의학회, 영국 의학회의 회원으로서 600개가 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학술지 〈인지 정신 건강 의학〉과 도서 《리시만의 기질적 정신 의학》의 공동 편집을 맡았다.



​이 책은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별로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별 임상사례를 보여준다. 그들이 병원에 오게 된 배경을 소개하고, 어떠한 원인으로 그러한 질병을 앓게 되었는지, 또한 어떠한 치료 과정을 거쳤는지 보여주며 그동안의 임상 경험들을 바탕으로 치료에 임하면서 환자 및 그들의 보호자와 함께 소통을 통한 치료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chapter1에서는 제니퍼라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우가 등장하고, chapter2에서는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겪으며 성격이 변형된 망상 및 정신병적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 패트릭, chapter3에서는 토머스라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도중 별 특별한 문제가 없어 퇴원한 다음 날 자살을 시도한 내용, chapter4에서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폐쇄병동 입원환자에 대한 이야기, chapter5에서는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케이틀린에 이야기가 등장한다. chpater 6에서는 정확한 진단병을 알지 못하는 에마라는 환자인데, 심리치료 및 약물치료, 물리치료를 모두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전기충격요법을 시도하는데, 암환자인 그의 보호자 찰스는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종종 그녀를 임상 실험 대상으로 사용하는 병원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chapter7에서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남동생으로 인해 부모에게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던 크리스토퍼라는 전환 장애를 가진 환자가 등장한다. 전환 장애란 말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감정적 갈등이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고 신체적 증상으로 전환된 환자'를 말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 소개를 바탕으로 비슷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으며, 장애를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이해 격차를 메우기 위함이라고 한다.



때때로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저자의 바람대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솔직한 부분도 과감하게 그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외과 의사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하고, 환자가 결국 사망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죄책감과 비슷하게 정신의학과 의사로서 우울증으로 환자를 퇴원시킨 다음 날 자살을 시도한 환자의 사건으로 그와 그의 가족들을 실망시켰다는 마음에 이를 수습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수술실에서 메스를 잡는 외과 의사들 처럼, 정신 건강 의학과 의사들도 그들의 진료실이, 그들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 몇 마디가 그들에게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정말 소중한 시간이고 중요한 일임을 실감했다.



실제로 정신과 상담 및 정신과 치료는 어떻게 진행이 될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한 환자와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대화를 하면서 서로 교감을 한다는 저자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환자와 깊은 인간적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소통하는 저자의 모습이 가히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실 부끄럽지만 필자도 간혹 의료진을 신뢰하지 못하고, 불신했던 경험이 있었다. 어쩌면 결과가 좋지 않았던 과거의 의료 경험에 의해 부정적인 기억들이 쌓인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chapter6.의 에마의 아버지인 찰스를 보면서 마치 거울처럼 비춰보이는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공감이 되면서도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조현병 환자에 대한 뉴스기사들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이렇다.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조현병 환자가 주위 사람을 살해하지만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등의 내용이다. 대부분 그런 기사에 대한 댓글에는, 살인에만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어떠한 경우를 막론하고서라도 살인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조현병'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기사들이 나에게 편견과 혐오, 그리고 공포심을 심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그들을 너무 쉽게 내 기준으로만 판단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 가지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던 점은, 모든 질병에 대게 그렇듯 명확한 이렇다할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사춘기 시절 옆에 함께 있어야할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아이가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다는 등의 가정이다. 이것은 추측을 해볼 수는 있지만 명확한 원인으로 단정짓기에는 어렵다. 그렇기에 외상 사고 등 명확한 이유가 있는 신체적 질병과는 대비되게 어쩌면 정신적인 장애는 원인도 명확하게 알 수 없고, 증상도 다양하며, 해결 방법 또한 쉽지 않은 치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료진 및 환자 모두가 힘들고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가 앞이 보이지 않는 긴 싸움을 해야하는 것만 같다.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고, 그들을 진심으로 돕고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열정을 이 책으로나마 엿보면서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느껴져 마음이 뭉클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필자는 어쩌면 이 책을 접하고 나면, 정신병이 발병되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러한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저자가 궁극적으로 바라던 목표는 도달한 것 같다. 그의 집필의도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이해 격차를 메우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영국의 임상 사례를 간접 경험함으로써 정신병 혹은 마음의 질병을 앓고 있는 그들을 이해해보고 싶은 사람, 또한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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